▲ 홍삼이 건강식품으로 인기다. 몸에 좋다고 무조건 먹지 말고 효능과 섭취요령부터 확인하자.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이번 추석에 주변에 홍삼을 사서 선물하거나 반대로 선물을 받은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신종플루로 인해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홍삼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업체들에 따르면 올해는 어느 해보다도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신종플루가 아니더라도 평소 인기 건강기능식품으로 꼽히는 홍삼의 효능과 올바른 섭취요령, 주의사항 등을 짚어봤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09년 6월까지 소비자 위해 감시시스템(CISS)이 접수한 건강기능식품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건수는 1013건으로 많았다.
피부장애와 위장장애가 가장 많았고, 만성질환인 고혈압이나 당뇨가 악화된 경우도 있었다. 몸에 좋으라고 섭취한 건강기능식품이 오히려 건강을 해친 셈이다.
때문에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할 때는 효능이나 부작용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홍삼 또한 제대로 알아보고 먹는 것이 좋다.
4~6년근 수삼을 증기로 여러 번 쪄서 말린 것이 홍삼. 찌는 과정에서 몸에 좋은 진세노이드의 화학구조가 변하고, 수삼에는 없던 성분이 새로 생기거나 함량이 커진다.
우선 신종플루에 대한 홍삼의 효능은 주성분인 ‘사포닌’이 부신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부신의 기능이 좋아지면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했을 때 직접 대항하는 NK세포의 기능이 정상화돼 감기, 독감, 신종플루 등 각종 바이러스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남대 수의학과 서상희 교수가 쥐에 홍삼을 투여해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조류 인플루엔자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피로 회복 효과도 우수하다. 실제로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인삼을 투여했더니 운동피로도 지표인 혈액 중의 젖산 농도가 낮아지고 근육통, 현기증 등도 적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사포닌 성분이 암세포를 죽이고 전이를 억제하는 항암 효과도 주목을 받고 있다. 소화기계 암 환자에게 항암제와 함께 인삼을 투여한 군과 투여하지 않은 군 사이의 면역활성을 비교한 연구에서 인삼을 투여한 군에서 암을 극복할 수 있는 생체 내 여건이 좋아졌다.
최근에는 인삼이 퇴행성관절염의 증상을 완화시키고 연골 보호, 재생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이외에도 홍삼이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성기능, 알레르기 등을 개선시키는 효과도 보고돼 있다.
또한 위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없애고,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의한 심한 입 냄새를 없앨 수도 있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홍삼을 기운 보강, 신경안정, 식욕증진 등의 목적으로 쓴다. <동의보감>에는 ‘인삼은 오장의 기가 부족한 데 쓰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몸이 쇠약해진 것을 보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홍삼의 효과가 너무 과장돼 있다고 말한다. 지난 1996년에 홍삼 전매제가 폐지되면서 홍삼 제조업체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 홍삼 연구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현재 식약청에서 인정한 홍삼의 효능은 면역력 증진과 피로회복, 혈소판 응집 억제를 통한 혈액순환 개선 세 가지다.
열이 있는 사람에게 효과가 없는 인삼과 달리 홍삼은 어떤 체질이든 상관없이 섭취해도 좋은 것으로 아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정이안 한의사(정경연이안한의원 원장)는 “인삼이 잘 안 맞는 사람은 홍삼도 주의해야 한다”며 “한의원을 찾는 환자 중에도 홍삼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 채 오래 복용해 혈압 상승, 불면증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홍삼 제품을 섭취한 후에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잠을 잘 못 자고 혈압 상승, 두통, 열 등이 있을 때는 삼가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이른바 ‘체질’ 때문에 홍삼의 효능이 달라지는 것으로 본다. 더운 성질의 약재이므로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이 섭취하면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홍삼이 가장 잘 맞는 체질은 소음인. 같은 음인이라도 태음인은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고 소양인, 태양인은 홍삼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한두 달 홍삼을 섭취해도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을 때는 바로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포닌 분해 효소의 차이도 효능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사람의 37.5%는 홍삼 속의 사포닌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아예 없거나 효소의 일부 성분이 결핍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발효된 홍삼을 섭취해야 몸에 흡수된다. 시판되는 제품을 구해 먹어도 되고, 발효 홍삼기기를 이용해 발효홍삼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요즘처럼 아침저녁의 기온 차이가 큰 환절기에는 감기가 기승을 부린다. 만약 감기에 걸려 고열이 나거나 설사, 기침 등을 할 때는 홍삼 섭취를 중단하거나 의사와 상의한 후에 먹는 것이 좋다. 홍삼에 들어 있는 약리성분의 흡수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평소 항우울제나 고혈압, 심장병 치료제, 인슐린, 에스트로겐 같은 호르몬제 등을 복용 중인 사람은 홍삼을 섭취하면 않된다. 홍삼이 혈압, 신경의 기능을 항진시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식품 중에서는 카페인 식품, 알코올과 같이 먹지 않는다.
또한 홍삼은 식후 4시간 내에 먹지 않는다. 식후에는 장내 미생물이 식사를 통해 들어온 당분을 먼저 분해하기 때문에 식후에 홍삼을 먹으면 분해가 제대로 되지 못해 흡수율이 떨어진다. 기름지고 자극성이 강한 음식, 음료 등도 피해야 흡수율이 높아진다.
홍삼을 고를 때는 4년근부터 약효가 좋으므로 4~6년근이 적당하다. 다갈색으로 진하면서 단단하고 속까지 투명한 느낌이 있으면 좋은 홍삼이다.
인삼 향이 은근하고 구수하면 국내산, 쉰 듯한 냄새가 나면 중국산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산은 색이 흑갈색에 가깝다.
홍삼 제품은 홍삼액과 홍삼농축액, 홍삼가루, 홍삼정과, 홍삼절편 등 다양한 형태가 나와 있으므로 먹기 편리한 것을 고른다. 당뇨병 환자는 이 중 당분이 많은 홍삼정과나 홍삼절편은 피해야 한다.
홍삼을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치료제로 여기는 것은 금물이다. 예를 들어 홍삼이 당뇨병 환자에게 생기는 일반적인 증상은 개선시키지만 과혈당, 증세가 심한 당뇨병 환자의 혈당치를 내리는 데는 뚜렷한 효과가 없다고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정경연이안한의원 정이안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