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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8일 전남 5·18묘역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손학규 전 지사(맨 왼쪽). 그 옆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청와대사진기자단 | ||
정치권 관계자들은 손 전 지사의 거침없는 대권행보 이면에는 강한 자신감을 담보하는 나름의 대권 비밀 플랜이 투영돼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 주변에서는 ‘손학규-DJ 연대론’이 끊이질 않고 있고 경기고-서울대 출신 그룹인 ‘KS사단’이 손 전 지사를 물밑 지원하고 있다는 분석도 꽤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손 전 지사가 KS사단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정점으로 한 호남세력의 지지를 이끌어내 범여권 대표주자로 우뚝 선다는 이른바 ‘DJ-KS’ 대권 플랜을 물밑 가동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목하고 있다. 범여권 빅뱅 정국에서 독자세력화를 위한 ‘인물 대장정’에 적극 나서고 있는 손 전 지사의 대권 극비플랜을 진단해 봤다.
손 전 지사는 최근 한나라당과의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워 나가는 반면 범여권과는 교류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손 전 지사가 범여권에 한발을 담그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물론 본인은 이를 부인하며 어디까지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보는 사람들의 눈은 다르다. 최근 손 전 지사의 행보에서는 한나라당 탈당 직후의 ‘시베리아 벌판’에 선 외로운 모습은 간 곳 없고 새로운 활력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이 같은 시선에 대해 손 전 지사의 핵심 측근인 A 씨는 “손 전 지사의 대권 비플랜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동돼 왔다”고 설명했다. 16일 국회에서 기자와 만난 A 씨는 복잡한 범여권 대선구도에서 최근 행보가 활발해진 손 전 지사가 준비하고 있는 비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선거 전략가로 잘 알려진 A 씨는 “손 전 지사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정치생명을 담보로 한나라당 탈당을 결행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대권 마스터플랜에 따라 정치적 결단을 내렸고 정치적 소신과 사명감을 가지고 대권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 씨는 “손 전 지사의 대권 비플랜은 DJ와 호남세력을 끌어안고 KS사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게 핵심”이라며 “영남과 함께 양대 산맥을 구축하고 있는 호남이 지원하고 한국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주류세력인 KS사단의 조직과 자금을 등에 업는다면 범여권 대권 경쟁은 물론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로 한 본선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캠프의 기본 전략”이라고 말했다.
‘호남과 KS사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내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 않느냐’는 기자의 반문에 A 씨는 “물론 쉽지 않겠지만 자신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며 “정·관·재계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일부 KS 출신들은 오래전부터 손 전 지사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고 DJ를 정점으로 한 호남민심 잡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좋은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씨의 주장처럼 실제로 KS사단은 손 전 지사를 물밑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S사단의 대표 주자였던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권레이스에서 낙마한 이후 손 전 지사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주류세력인 KS사단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두 번이나 대권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면서 ‘대권 한’을 간직하고 있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있지만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평가다. 정 전 총장 퇴장으로 인한 최대 수혜자로 손 전 지사가 지목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KS사단의 이러한 분위기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실제로 손 전 지사가 독자세력화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6월 중순쯤 KS사단도 왕성한 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KS사단 일각에서는 손 전 지사를 중심으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이 연대하는 이른바 ‘신 KS 트리오’카드를 띄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KS사단은 풍부한 자금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탄지원은 재계 인사들이 담당할 것이란 소문도 나돌고 있다. 현재 KS 출신으로 재계에 포진해 있는 주요 인사로는 이구택 포스코 회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박병원 우리금융그룹 회장, 남중수 KT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정대철 열린우리당 고문이 적극적이다. 범여권 대통합론을 주창하고 있는 정 고문은 오래전부터 KS 출신 대선주자들을 두루 접촉하며 KS 후보 연대론을 모색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범여권 주변에선 정 고문이 5월 말이나 6월 초쯤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열린우리당 의원 10여 명과 탈당을 결행한 뒤 손 전 지사를 적극 지원할 것이란 얘기도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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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30일 선진평화포럼 창립대회에서 연설하는 손학규 전 지사.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렇다면 손 전 지사가 한반도 평화 전략에 ‘올인’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7일 분단 반세기 만에 남북 열차가 시범 운행되는 등 남북평화협력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한반도 평화정책 문제는 연말 대선정국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구나 남북정상회담 이야기도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손 전 지사의 평화 정책은 이러한 한반도 분위기를 고려한 유리한 대권고지 선점 및 기타 대선주자들과의 차별화 전략이 내포돼 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역적 지지기반이 취약한 손 전 지사가 DJ의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범여권 주자임을 부각시켜 호남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도 어느 정도 투영돼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범여권 주변에서는 손 전 지사가 탈당할 당시부터 ‘손학규-DJ 연대론’이 끊이질 않고 있고 지금도 손 전 지사 측과 동교동계가 핫라인을 통해 물밑 대권 교감을 나누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5월 초쯤 손 전 지사가 DJ의 핵심 측근인 박지원 실장과 비밀회동을 가졌다는 얘기가 나도는가 하면 방북(9일) 직전에 DJ정부 시절 햇볕전도사로 통했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소문도 꽤 설득력 있게 떠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손 전 지사가 20일 DJ의 동교동 자택을 방문해 대북정책 등과 관련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이 같은 소문들에 대해 양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여러 정황상 근거 없는 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DJ의 적통자임을 자부하고 있는 민주당이 호남 출신인 정동영 전 의장과 천정배 의원을 평가절하하고 있는 반면 손 전 지사를 유력한 대권후보로 영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도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17일 손 전 지사의 여의도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공보팀 관계자들은 “지역기반이 약한 손 전 지사 입장이나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인사를 대선후보로 지원하고 싶은 DJ의 복심을 감안할 때 두 사람이 윈윈 차원에서 교감을 나누고 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범여권 관계자들은 내달 17일로 예정된 ‘선진평화연대’ 발족을 기점으로 손 전 지사의 대권 마스터플랜이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손 전 지사의 독자세력화 내지는 독자신당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선진평화연대에는 KS사단 핵심 인사들을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가 50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대철 고문과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10여 명이 조기 탈당 후 손 전 지사의 지원군으로 투입될 경우 상당한 폭발력을 발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경기도권 의원 중 손 전 지사와 가까운 의원 일부도 손 전 지사가 주도하는 독자신당에 동참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손 전 지사는 16일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역 의원들 가운데서도 동참하실 분들이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물론이다. 그리고 한나라당에도 있다고 본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는 이어 “(함께하는 분들이) 앞으로 눈덩이같이 불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 정부를 창출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손 전 지사는 또 이날 대전 평송청소년수련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그의 정치 행보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손 전 지사가 주도하고 있는 독자신당 창당 등 대권 비플랜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비호남 출신인 손 전 지사를 호남세력이 햇볕정책을 담보로 한다 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전폭 지원할지 속단할 수 없고 정동영 천정배 등 호남 출신 대권주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주류세력으로 막강 파워를 자랑하고 있긴 하지만 기득권 세력으로 광범위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거대 집단인 KS 사단이 일사불란하게 손 전 지사를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내달 중순 이후 독자세력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는 손 전 지사가 도처에 산적한 암초를 극복하고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대권 극비플랜과 미래 정치 청사진을 순조롭게 펼쳐 비한나라당 대표주자로서 설 수 있을지 그의 향후 행보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