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를 만난 김 감독은 박지성의 진로 문제를 궁금해했고 두 마리를 쫓다가 다 놓칠 수 있다며 혹시 한국으로 돌아올 의향이 없는지 넌지시 물어봤다. 박씨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질문에 당황했지만 일단은 김 감독의 관심에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 순간 때마침 박지성한테서 박씨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사실 박씨는 약속 장소에 나오기 전 박지성과 통화하면서 김 감독을 만나러 나간다고 알려줬고 박지성은 왜 김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려고 하는지 궁금해서 아버지에게 확인 전화를 했던 것이다.
박씨는 아들과 통화하다가 김 감독을 바꿔주겠다며 휴대폰을 넘겨줬고 김 감독은 박지성에게 이런 제안을 내놓았다. “개인적인 발전보다 나라를 위해서라면 네가 삼성으로 들어오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네 의견은 어떤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생각지도 않은 김 감독의 부탁을 받고 박지성은 어떻게 대답을 해야 결례가 안될지를 고민하다 솔직한 태도를 보이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프로 축구 스타일과 내 플레이와는 잘 맞지 않는다. 어렵게 나온 만큼 목표를 이룰 때까지는 외국에서 더 많은 경험과 실력을 쌓고 싶다”는 대답을 하면서도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고종수를 친아들처럼 키웠던 김 감독으로선 고종수의 뒤를 이을 만한 후계자로 박지성이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박지성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정중한 거절을 듣고 쓴맛을 다셔야만 했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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