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길 의원
각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가 센터별로 전담 대기업을 두고 대기업과 벤처 및 중소기업을 연결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졌다. 이들 대기업은 센터 설치와 운영을 위한 자금도 별도로 출연했다.
정부가 법인세율 정상화나 공정거래법 강화 등 재벌그룹들의 횡포를 견제하는 정책에 반대하는 대신 정권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대기업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권력과 금력의 부당거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창조경제혁신센터 펀드 중 ‘투자펀드’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펀드 조성액 7,614억원 중 전담 대기업이 45.8%인 3,487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기존펀드 2,397억원(31.5%), 지자체 672억원(8.8%), 일반투자자 437억원(5.7%), 금융기관 241억원(3.2%) 순이었다.
하지만 이 중에 33.0%를 차지하고 있는 기존펀드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열기 전에 이미 조성된 것이라 센터의 성과와는 거리가 멀다. 2005년에 중소기업청 주도로 만들어진 「모태펀드」, 2009년에 지식경제부 주도로 만들어진 「신성장동력펀드」, 2013년에 국책은행 주도로 만들어진 「성장사다리펀드」가 바로 그것들이다.
이 펀드들은 이전부터 이미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담당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받은 돈을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 이외에 센터가 소속돼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830억원(10.0%)을 출자했지만, 이 또한 신규로 조성됐을 가능성보다는 지자체의 기존 중소기업 지원 예산이 활용됐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결국 창조경제혁신센터 투자펀드 중 순수하게 추가로 모금된 투자금은 일반투자자 477억원(5.7%)과 금융기관 265억원(3.2%)만 남는다. 합쳐봐야 전체 금액의 8.9%에 지나지 않는 액수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라고 하기에는 매우 부끄러운 수준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 펀드 중에는 ‘융자펀드’도 있다. 하지만 여기도 상황은 비슷하다. 융자펀드의 전담 대기업 출자 비중이 투자펀드보다 높은 61.6%(3,480억원)에 달한다. 나머지를 금융기관과 지자체가 각각 20.4%와 18.1%씩 분담하고 있다. 그나마 ‘융자펀드’는 대출이기 때문에 금융기관 출자 비중이 20%대에 달하고 있다. 투자위험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투자펀드’에 비해서는 금융기관의 참여 비중이 높은 편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 펀드 중 ‘보증펀드’는 실제 펀드조성액의 10% 정도만 출자한다. 보증을 서주는 것이라 실제 돈이 나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중에 보증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자금을 모아 두는 것이다. 따라서 보증펀드는 조성액이 4,120억원이지만 실제 출자된 돈은 390억원에 그친다. 이 펀드는 전담 대기업과 지자체가 66.7%와 33.3%의 비율로 돈을 냈다. 각각 260억원과 130억원 규모다. 나머지 일반 투자자는 아예 없다.
세 종류의 펀드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전담 대기업이 출자한 돈과 기존부터 운영되던 펀드를 합친 것 말고는 일반 투자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를 두고 마치 창조경제 붐이 불어 스타트업 기업 지원에 활로가 뚫린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매우 남세스러운 일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 펀드」는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직접 연결해 준다는 명분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사업 중에 하나다. 신생 벤처기업을 뜻하는 스타트업들이 창업 초기 겪을 수밖에 없는 투자유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나서서 펀드를 조성하고 이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에 직접 출자도 하고 대출이나 보증을 돕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억지로 대기업들의 목을 졸라 받아 낸 자금으로 과연 이러한 창조경제혁신의 붐이 조성될지 미지수다. 민간 투자 영역에서 창조경제 시스템을 믿고 자발적으로 투자에 뛰어들게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시중에 넘쳐 나는 자금이 스타트업 지원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도록 할 생각은 안 하고 실적 포장을 위해 대기업을 동원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하다.
최명길 의원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창조나 혁신은 안 하고 관치와 구태를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 정부가 업적 부풀리기나 실적 포장에 매달리는 사이에 창업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일은 없는지 이번 국정감사에서 조목조목 따져 보겠다.”며 심층적인 분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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