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내 아동 학대 건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유치원에서 아동 학대가 일어난 사례는 2013년 36건, 2014년 96건, 2015년 상반기엔 77건으로 나타났다. 유치원 내 안전사고도 마찬가지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2년 6378건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5년 7722건을 기록했다.
인천 석남지구대장 서재양 경감은 “피해 아동의 경우 자기 의사 표현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부모라든지 다른 환경에 의해 거짓으로 진술했는지 임의성을 담보하기 힘들고, 신빙성 있는 진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과장된 진술, 왜곡 축소된 경우도 종종 있어 가해자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할 과학적·객관적인 증거로, 수사기관 측에선 CCTV 자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의 지도·감독을 받는 어린이집은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지난해 발생한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뒤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한 것이다. 이와는 달리 유치원은 교육부의 지도·감독을 받는다. 교육부에서는 유치원 교실 안전을 위한 대안으로 CCTV 설치를 권고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의무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설치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립 유치원의 경우 전체 교실 가운데 78.7%가 CCTV를 설치한 반면, 국공립 유치원의 경우 3.9%에 그쳤다. 특히 지방의 경우, 국·공립 유치원 교실 내 CCTV 설치율은 1% 안팎에 그쳤다. 전남은 단 한 곳도 설치돼 있지 않았고 강원은 1곳, 경남은 3곳, 전북은 6곳, 부산은 4곳, 광주 3곳, 울산 3곳에 불과했다. 국·공립 유치원 CCTV 설치율이 가장 높은 서울마저도 11.44%에 그쳤다.
이처럼 국·공립과 사립 유치원 CCTV 설치율이 현저하게 차이나는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사립 유치원은 ‘경쟁’이다. 쉽게 말해 ‘남들보다 잘해야 손님이 늘어난다’는 말이다. 때문에 추세나 사회 통념상 CCTV 설치율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국·공립의 경우 지켜야 할 규칙도 엄격하고 예산의 일부만 지원해주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른 예산에서 CCTV 설치비용을 메워야 하고 그렇다고 의무사항도 아니기 때문에 지켜야 할 이유가 없다”고 귀띔했다.
교육부는 인권 침해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교사, 학부모 등 해당 정보주체 전원의 동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산 문제로 국·공립 유치원의 CCTV 설치율이 저조한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2015년부터 유치원에서 CCTV를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 재정을 일부 지원하고 있다. 다만 국공립은 학교 병설 유치원이 많다. 초·중·고등학교엔 CCTV 설치가 돼 있지 않다. 관련 법규와 맞물려 설치가 어렵고, 단독으로 유치원에만 설치를 할 경우엔 교원의 반발이 있을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관계자는 “국·공립과 사립 유치원의 CCTV 설치율 차이가 크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어린이집 CCTV 설치도 의무화됐고 교육부에서도 유치원에 예산까지 지원하며 CCTV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 국가 정책에 우선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국·공립 유치원의 CCTV 설치율이 저조하다니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상임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은 “유치원도 어린이집처럼 CCTV 설치를 의무화하려고 했는데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는 결론이 났다. 유치원에 CCTV를 설치하게 되면 초등학교도 의무적으로 설치를 해야 되는데, 교사 학습 교육권 침해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유치원에서 임의로 설치를 하지 않는 게 아니다. 교실 내 CCTV를 설치하기 위해선 교직원과 학부모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동의를 얻는 게 사실 어렵다. 의외로 학부모 가운데도 ‘왜 우리 아이의 모습을 찍냐’며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앞서의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관계자 또한 “유치원의 경우 CCTV 설치를 의무화할 경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도 순차적으로 설치할 수밖에 없다. 모든 교육기관에 CCTV가 설치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유치원의 CCTV 설치 의무화는 어렵다고 본다”고 얘기했다.
일각에선 CCTV 설치가 사고의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두고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교사에 대한 인권과 교권 침해의 여지가 많을 뿐 아니라 학부모와 보육교사 간의 갈등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유 위원장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아동학대, 유치원 안전사고에 대비하여 국·공립 유치원 교실 내 CCTV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지적하며, “국·공립유치원 교실 내 CCTV 설치율 제고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보제공 주체 범위, 교권 침해 등의 관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도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