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은 5일부터 오는 9일까지 5일간 선미촌 내 폐공가 부지(물왕멀2길 5-4)에서 성매매집결지를 문화재생을 통해 열린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첫 번째 문화예술 행사인 ‘눈동자 넓이의 구멍으로 볼 수 있는 것’을 주제로 한 설치미술 작품 전시회를 개최한 가운데 김승수 전주시장이 소보람작가와 함께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ilyo66@ilyo.co.kr
[전주=일요신문] 정성환 기자 = 60여년 동안 닫혀있던 전주의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인 선미촌이 문화예술의 옷을 입고 시민 곁으로 다가선다.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은 자체 매입한 선미촌내 빈집을 ‘갤러리’로 꾸며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선미촌 내 폐공가 부지에서 설치 작품 전시회를 연다.
이는 성매매집결지를 문화재생을 통해 열린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첫 번째 문화예술 행사이다.
성매매 집결지를 문화재생을 통해 열린 공간으로 바꾸기로 하고 본 사업에 착수한 지 10여 개월 만에 나온 첫 번째 결실이다.
이곳에서는 오는 9일까지 ‘눈동자 넓이의 구멍으로 볼 수 있는 것’을 주제로 한 설치미술가 소보람씨의 작품 전시회가 열린다.
작품은 작가가 버려진 땅 혹은 방치된 장소에 흩어진 고유한 흔적을 탐색하고 드로잉한 것들로 전시됐다.
소 작가는 “도시 안의 몇몇 장소는 역사적 의미와 상관없이 경제적 이유로 비워졌다”면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비워진 땅이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을 시각적, 심리적으로 탐색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60여년 전부터 형성된 선미촌(2만2천700여㎡)에는 현재 49개 업소에서 80여 명의 여성이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는 300∼400여 명이 넘는 여성들이 거주했지만, 성매매방지특별법 이후 강화된 단속 등으로 위축되면서 그 수가 크게 줄었다.
민선6기 전주시 핵심사업인 선미촌 문화재생사업은 주로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로 추진한 국내 다른 도시의 집결지 사례와는 달리 행정과 시민단체 등이 힘을 모아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선미촌 문화재생은 김승수 시장 취임 이후 지난해 말부터 선미촌 문화재생사업을 추진해왔다
선미촌 내 폐공가와 성매매업소 등 4필지의 토지(628㎡)와 건물을 매입해 인권·문화·예술거점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성매매업소 집결지를 기능전환을 통해 거대한 시민예술촌과 여성인권 상징공간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다.
쪽방 형태의 여인숙 건물의 일부를 보존해 성매매업소의 기억의 공간으로 남겨두는 한편 일부는 지역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정주형 공간으로 점차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7∼2019년 2단계 확장 사업과 3단계 정주형 예술창작공간화 작업을 거쳐 궁극적으로 선미촌을 인권과 문화의 광장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선미촌에 60년만에 첫 변화가 찾아왔다. 우리는 철거와 토목을 전제로 하는 전면개발 방식보다는 예술 재생을 선택했다”며 “그 힘으로 ‘누군가’의 장소에서 ‘시민 모두의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 아픈 장소에서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행정과 여성인권단체, 시의회와 주민들이 함께 인내와 협치, 특히 여성들의 인권을 생각하며 새로운 변화를 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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