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무서 계산서 ‘불부합’, 사실관계 조사 의뢰 통해 들통...행정관리 허점 드러나
우정사업본부
[일요신문] 우체국 한 기능직 직원이 유류비를 과다 청구하는 수법으로 수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들어나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우정사업본부 서울지방우정청 소속 총괄 우체국 기능직 A 직원은 수년에 걸쳐 공통으로 운영되는 예산 전산시스템을 조작하고, 유류계산서를 허위로 작성해 부풀려 타내는 수법으로 4억 5000여만 원의 돈을 빼돌린 정황이 드러나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우정사업본부 감사실과 서울우정청은 총괄우체국 기능직인 A 직원에 대해 횡령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답변이 어렵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서부지검에서도 “우체국직원 횡령사건에 대해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의자 보호차원에서 신상 등을 비롯한 구체적인 범죄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수사가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A 씨는 유류비를 과다 책정하는 수법으로 매달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씩 4년여 동안 모두 4억5000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우정본부 자체조사 결과 A 씨는 유류비를 부풀려 타낼 목적으로 사전에 유류업체 관계 직원과 협의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체 직원이 A 씨가 제시한 조건 등에 협조에 응하지 않자 예산 시스템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검찰은 A 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죄사실과 빼돌린 유류대금이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여죄를 캐고 있다. 특히 또 다른 직원과의 공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A 씨의 횡령 혐의는 어떻게 드러났을까. A 씨의 횡령 혐의는 관할 세무서가 올 상반기 유류 업체의 세금계산서와 우정본부 시스템상 예산 집행의 ‘불부합‘ 판단에 따라 해당 우체국에 조사를 요청하면서 밝혀졌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우정청 한 감사담당 관계자는 “최근 우정사업본부에서 유류비를 과다하게 청구하는 수법으로 수억원을 횡령한 서울청 소속 총괄 우체국 기능직 직원이 검찰에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과 이에 따른 교육지침이 본부에서 하달돼 우정청 및 산하 총괄 우체국 간부들을 대상으로 사전교육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께 미래부에서도 직접 감사진을 각 지역에 파견해 지방우정청을 비롯해 산하 총괄 우체국을 대상으로 감사를 대대적으로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A 씨가 수 년 동안 수억원의 공금을 횡령했지만, 우정본부와 서울우정청의 자체 감사에서는 적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체감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에 우정본부와 서울우정청의 행정관리에 허점이 드러나 책임자 문책 등 후속 조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또 다른 지방우정청 감사담당자는 “각 우정청별 자체 감사가 독립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조금만 신경을 쓰고 들여다보면 직원이 자체 시스템을 조작하고 유류비를 부풀려 타내 는 수법은 쉽게 적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2년부터 최근까지 우체국 직원들이 예금·보험 등을 몰래 횡령한 사고는 모두 29건이 발생했고, 사고 금액은 37억8809만 원에 이른다. 이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무소속 강동원 의원이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사고금액 가운데 32억8325만 원은 회수됐다. 하지만 나머지 5억 원 가량은 회수하지 못한 채 결손처분됐다. 횡령 수법도 각양각색인데, 시재금을 횡령하거나 고객이 맡긴 우체국예금, 우체국보험금을 몰래 횡령하다가 발각돼 해당직원이 파면조치를 당한 경우도 있다고 강 의원은 밝혔다. 2010년에는 서울 을지로 6가 우체국 기능직 직원이 가입자 동의 없이 임의로 대출받아 4228만 원을 유용하다 적발됐다. 지난해 부산 사하우체국에서는 6급 직원이 친분이 있는 고객명의로 전자금융(인터넷뱅킹)에 가입한 후 총 10회에 결처 고객명의의 보험금에서 환급금 대출을 받아 5740만 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됐다.
강 의원은 “우정사업본부측은 지난해 4월 한국생산성본부가 실시한 NCSI(국가고객만족도)에서 11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고 자평하고 있다”며 “횡령수법 등을 보면 낯 뜨거운 자랑을 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최창현 기자 cch@ilyo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