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의 새로운 광고 모델이 적용된 건 지난 9월 15일 오전 4시쯤이었다. 일베 모바일 버전에는 미미박스, 롯데홈쇼핑, 11번가 등 모바일 팝업 광고가 화면 하단부에 지속적으로 뜨기 시작했다. 1분에 최대 3개까지 광고가 튀어나오며 일베 접속 화면을 뒤덮었다. 광고를 종료시킬 수 있는 X 버튼이 광고가 한참 진행된 뒤 나타나 회원들의 불만이 가중됐다. 회원들의 불만 게시글이 하나둘씩 게시판에 등장했다.
지난 9월 20일 오후 1시쯤 일베 회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까지 쌓였다. 팝업을 넘어 일베 광고는 이용자 ‘납치(?)’에 나섰다. 이용자를 강제로 광고주 페이지에 자동 이동시키는 리디렉션 광고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광고의 크기도 화면의 절반에 가까워졌다. 지속적인 회원들의 불만 표출에 운영진은 오후 5시쯤 리디렉션 광고를 중단해 급한 불을 껐다.
일베 이용자의 불만을 감지한 운영진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 지난 9월 22일부터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광고가 도입됐다. 모바일 게시물 상단에 일본어로 된 광고가 자리잡은 것. 일본의 최대 모바일 광고대행사 애드프레소(Adpresso)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 광고는 현재 안드로이드에서만 노출되고 있다.
문제는 애드프레소에서 제공하는 모든 광고가 일본어 기반이라는 사실이다. 일본어로 된 배너는 노출이 실제 클릭으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일시적인 방책에 불과하다는 게 광고업계의 예측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애드프레소 같은 광고대행사는 일정 기간 노출과 노출이 클릭으로 연결되는 비율을 정리해 광고주에게 넘긴다. 광고주는 노출과 실제 클릭으로 연결 비율을 본 뒤 광고 유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일베에 일본어 광고가 뜬다고 실제 클릭으로 이어질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 광고주가 일베 광고를 유지할지 여부는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어로 된 광고 배너가 일베 모바일 안드로이드 버전에 등장했다.
일베의 구체적인 위기론은 지난달 운영진이 서버 이전 계획을 보류하며 고개를 들었다. 운영진은 지난달 30일 “회사 사정으로 서버 이전 계획을 연기하게 됐다”며 공지문을 띄웠다. 일베 운영진이 회사 사정을 이유로 서버 관련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일베의 심장은 서버에 달렸다“고 할 만큼 일베 운영진은 서버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서버 이전 계획 보류 발표가 일베 회원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 이유다.
일베는 안정적인 서버를 기반으로 그 세를 넓힐 수 있었다. 일베의 서버 운영 능력은 일베를 부정적으로 보는 타 커뮤니티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지난해 4월 닐슨코리안클릭 조사에 따르면 한 달 모바일 기준 일베 순방문자수는 173만여 명에 이른다. 일베 운영진이 밝힌 모바일 접속자 비율 65%를 역산하면 일베 이용객은 200만 명을 넘어선다. 동시 접속자수만 PC와 모바일 합쳐 5만 명에 육박하는 수준이니 대기업의 자본과 능력 정도가 뒷받침돼야 세를 유지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런 일베의 서버에 미세한 불안이 감지되자 ‘일베 침몰론’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적어진 광고 수입에 서버 투자 여력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실제 일베의 주 수입원은 구글 애드센스 광고였다. 구글 애드센스는 타 광고대행사보다 광고비가 높다. 일베가 서버를 확충하는 데 구글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2013년을 기점으로 구글이 일베와 선을 그으며 일베는 고난의 길 위에 놓였다. 2013년 2월 구글은 “특정 개인이나 단체 또는 조직을 비방하는 내용의 콘텐츠가 포함됐을 경우 정책 위반으로 광고를 중단한다”며 일베와 작별했다. 구글은 불특정 다수가 제기한 지속적인 불만과 광고주의 ‘광고 거부’를 일베 광고 중단 사유로 들었다. 구글 관계자는 ”일베에 올라온 모든 글이 그러진 않았겠지만 신고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공론화되다 보니 일베의 콘텐츠 문제를 제기하는 이용자가 많았다. 구글은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경우 자체적인 의사결정으로 광고 서비스 이용을 할 수 없도록 조치한다“며 “구글 광고는 접속자의 관심 분야가 무작위로 노출된다. 일베 이용자의 관심에 따라 일베에 무작위로 광고가 실리는데 자신의 광고가 일베에 실린다는 이유로 일부 광고주가 광고를 거부했다.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구글의 일베 광고 중단에 광고업계는 연쇄적인 반응을 보였다. 구글이 발을 떼고 2개월이 지난 2013년 5월 22일 오후 6시부터 일베에는 더욱 짙은 암운이 드리웠다. 일베에 광고를 제공했던 광고대행사 ‘리얼클릭’ 역시 구글에 이어 이날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미디어나루’도 일베 떠나기에 동참했다. 사실상 국내에서 일베에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광고대행사가 사라진 셈이었다. 일베는 곧장 자구책으로 지난 2013년 7월 3일 자체광고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현재 소형업체 6곳의 배너 광고만 진행할 정도로 사정이 녹록지 않다.
일베 운영진이 회원들의 광고 중단에 맞서 올린 팝업창
일베 측은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베 광고 관계자는 “구글 등 광고대행사와 거래가 끊긴 이후로 힘든 상태인 건 맞다. 다양한 광고 수입원을 만들어 보려고 이것저것 시도하고 있다. 적자 폭과 정확한 광고 수입을 밝힐 순 없지만 상황이 안 좋다”고 밝혔다.
일베는 두 갈래로 나뉘었다. 커뮤니티의 흥망성쇠를 몸소 느꼈다는 한 회원은 “보통 커뮤니티가 망해가는 징조로 폭발적인 광고 노출과 유료화를 꼽을 수 있다. 망하기 전 한탕 치자는 운영진의 발악은 침몰을 앞둔 커뮤니티 여러 곳에서 보았던 행태다. 게다가 유료화까지 이야기를 꺼내는 걸 보니 끝이 보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한 회원은 반대로 무한 긍정을 이야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원은 “일베 회원들끼리는 보이지 않는 끈끈함을 유지하고 있다. 일베가 침몰한다면 가만히 수수방관할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광고 불만글 사이에서 광고 좀 클릭해주자는 의견부터 다양한 ‘일베 살리기’ 움직임이 보인다. 우리는 늘 그랬듯 답을 찾을 것이다”고 일렀다.
지난 11일쯤 일베 운영진이 올린 팝업은 일베 이용자 이목을 집중시켰다. 광고 중지 요청이 쇄도하는 게시판 사이로 팝업에는 이렇게 써있었다. “우리도 먹고 살자.”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