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급증, 새로운 놀이문화로 각광…청소년 탈선·제도 미비 등 그늘도
[대전=일요신문] 박하늘 기자 =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늦은 밤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서, 또는 친구들과의 즐거운 술자리가 끝나고 아쉬움을 달리기 위해서 인형뽑기 기계 앞에 멈춰선 기억은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오락실이나 길거리에 한 두대씩 서있던 인형뽑기 기계가 이젠 점포 안으로 들어와 전문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명 ‘뽑기방’.
다양한 경품뽑기 기계를 한데 모은 ‘뽑기방’이 최근 원룸촌, 대학가 등 1인 가구가 많은 지역과 번화가를 중심으로 우후죽순 문을 열고 있다.
‘뽑기방’은 어린 학생들부터 4·50대 중년들까지 폭넓게 연령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더욱이 ‘뽑기방’에 대부분 1인 노래방기계가 함께 설치돼 있어 ‘혼놀족(혼자노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 혼놀족에는 위로를, 친구들과는 추억을
14일 대전시 5개 구청에 따르면 대전시 전체에 등록된 뽑기방은 18곳. 아직 사업등록 전이거나 오락실 등을 변경해 ‘뽑기방’으로 영업하고 있는 점포를 합치면 족히 25곳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구청과 경품기계를 납품하는 업체들에게 창업과 관련된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서구 문화체육과 담당자는 “최근 옥외에 불법으로 설치된 경품뽑기 기계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자 ‘뽑기방’에 대한 문의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점포의 분포를 살펴보면 둔산동이나 은행동 등 번화가와 충남대, 한남대, 목원대 등 대학가, 갈마동, 월평동 등 대전의 대표적인 원룸촌이 주를 이룬다. 특히 유성구는 총 4곳 중 3곳이 충남대 인근 대학로에 모여있다.
갈마동 원룸촌에 사는 직장인 김 모씨(37)는 혼자사는 적적함을 인형뽑기로 위로를 얻는다고 한다.
그는 “혼자산지 오랜데 적적할 때마다 와서 스트레스를 풀고 간다”며 “집에 있기 심심하면 나온다. 24시간 언제나 불이켜 있고 언제나 사람들이 있어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충남대학교에 재학중인 현 모양(23)은 새로운 놀이터라고 말한다.
현 양은 “친구들과 놀고 헤어지기 아쉬울때 마지막 코스로 인형뽑기방을 들른다”며 “밤늦게까지 부담없이 놀 수 있어 자주 온다. 함께 웃고 아쉬워 하다보면 어느새 더 친해진다”고 말했다.
# 저비용 고수익 입소문 타고 열풍
올해 초부터 대전에 상륙한 ‘뽑기방’은 지난 8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뽑기방’에 큰 돈이 들지 않는다는 매력때문에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업계에 따르며 보통 경품뽑기 기계 10대당 보증금 2300만원에 월 임대료 2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역이나 가게의 규모마다 다르지만 대학가에서 33m²규모로 뽑기방을 창업할 때 평균 1억원 이내가 든다.
업계 관계자는 “점포 위치마다 수익이 다른데 잘 벌리는 곳은 한달에 1000만원, 정말 안벌리는 곳은 30만원이 벌리는 등 편차가 심하다. 그래도 최근 인기를 끌며 평균 3~400만원의 수익은 거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반영하듯 뽑기 기계 모자라 게임기 한대를 임대 받기 위해선 3~4주가가 걸린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전자 오락실이 사양길로 접어들며 인형뽑기방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덩달아 유행에 편승하는 것보다 신중히 고려해 창업을 해야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뽑기방’의 그늘, 사행성과 제도 미비
날로 높아지는 인기에 반해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뽑기방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인형뽑기에 중독 된 것 같다. 거의 매일와서 1~2만원씩 사용하고 있다. 뽑힐듯 안뽑힐 듯 그 아슬아슬한 맛이 계속 하고 싶게 만든다”며 “뽑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1~2만원은 금방 쓴다”라고 말했다.
사행적 성격이 짙다보니 중독은 당연하다.
청소년 비행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 ‘뽑기방’은 무인으로 운영되다 보니 밤늦은 시간 청소년들의 출입을 제한하기 어렵다.
관련 법규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부작용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뽑기방’은 현재 그 성격이 확실히 규정돼 있지 않아 현행법상 인형뽑기방은 청소년게임제공업 또는 기타유원시설업으로 등록 할 수 있다.
청소년게임제공업은 오후 10시가 되면 청소년이 출입할 수 없으며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200m) 내에는 설치될 수 없다. 전자 오락실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기타유원시설로 등록하면 24시간 영업 가능하며 오후 10시가 지나더라도 청소년들이 출입이 허가된다. 또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적용대상이 아니기에 학교 인근 200m 안에 설치가 가능하다. 어린이실내놀이터나 일명 방방이라고 불리는 트램펄린 시설 등이 대표적인 기타유원시설이다.
49m²(약 15평)의 점포는 기타유원시설로 등록할 수 있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기타유원시설로 등록하는 점포가 많아지고 있다.
아직 관련 법규가 정비되지않아 이를 단속하는 지자체는 혼란을 겪고 있다.
1인 노래방을 함께 설치하게 되면 적용 법은 더욱 복잡해 진다. 노래방 기계를 설치하게 되면 노래연습장업으로 등록 하든지 복합유통게임제공업으로 등록해야한다. 복합유통게임제공이 경우 오전 0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업장은 복합유통게임제공업이 아닌 노래연습장업으로 따로 등록해 영업하고 있다.
대전의 한 구청 실무담당자는 “현재 단속을 강화해 큰 차질없이 운영되고 있지만 혼란을 피하기 위해선 관련 법규 정리가 꼭 필요해 보인다”고 토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뽑기방’에 대한 관련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뽑기방’이 이같은 부작용을 해결하고 새로운 문화이자 건전한 놀이터로 안착하기 위해선 관련 법규가 정리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보여진다.
ynwa21@ilyods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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