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본 발급에 캠프의 측근이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 몰리고 있는 박 전 대표. | ||
신용정보업체를 통해 서울의 한 동사무소에서 부정 발급된 이 전 시장 가족의 주민등록초본이 박 전 대표 측 캠프 참모 홍윤식 씨(55)에게 건네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주민등록 초본 유출 사태는 여권에서 박 전 대표 캠프 쪽으로 그 칼날의 방향이 바뀌었다.
앞서 주민등록초본을 부정하게 발급받은 혐의(주민등록법 위반)로 긴급체포된 전직 공무원 권 아무개 씨(64)는 검찰 조사에서 “홍 씨의 부탁을 받고 초본 발급을 부탁했다”고 폭탄 진술을 해버렸다.
그러나 홍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3개월 전쯤 소개로 만난 권 씨가 어느 날 먼저 ‘이 전 시장의 주민등록초본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해왔고, 나는 ‘너무 위험한 짓을 하지 말라. 위법이 아니냐’고 만류했다”면서 “그 일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권 씨가 이 전 시장 친인척의 초본을 가지고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 1주일쯤 뒤 권 씨가 원본을 달라고 해서 다시 줬다. 그게 전부다”면서 “주민초본과 관련된 내용은 박 캠프의 어느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않았다. 말도 안되는 일로 (박 전) 대표에게 정치적 타격이 가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씨는 연세대 71학번으로 총학생회장을 역임했으며 건축 관련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래 전부터 정치에 꿈을 가지고 끊임없이 정치권 진입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1996년 총선 때부터 1997년까지 김덕룡 의원 밑에서 선거 전략 자문역으로 정치와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 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는 이회창 전 총재의 사조직인 부국팀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주류가 아니었기 때문에 활동은 미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가 지난 2000년 무렵 박 전 대표와 처음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두 사람은 당시 별다른 인연이 없었지만 박 전 대표의 측근으로서 최근 수자원공사의 한반도 대운하 보고서 입수 파문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방석현 전 서울대 교수가 박 전 대표에게 그를 소개시켜 줘 정치적인 끈을 이어갔다고 한다.
홍 씨는 박 전 대표의 외곽 자문기구인 마포팀의 핵심 멤버였다. 마포팀은 박 전 대표가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할 결심을 굳히자 가장 먼저 만들어진 장외 사조직이자 캠프의 주류였다. 이 팀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앞서의 방석현 전 서울대 교수가 주도했고 홍 씨와 일간지 출신 A 씨 등 세 사람이 의기투합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그 뒤 일간지 정치부장 출신인 이연홍 씨가 합류하고 대학교수들도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팀이 박 전 대표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자 캠프의 현역 의원들이 견제를 하면서 팀이 분화를 거듭하는 등 권력 투쟁 양상도 나타났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의 친이그룹 B 의원은 마포팀이 박근혜 캠프의 주류였고 이번 네거티브 공방을 주도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번 사태는 박 캠프의 한 정보관련 핵심 인사가 주도하고 그 밑의 마포팀에서 이명박 죽이기 차원에서 네거티브 공작을 편 것이다. 실제로 방석현 전 서울대 교수는 한반도 대운하 보고서 입수 파문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방 전 교수와 함께 핵심실세였던 홍 씨가 주민등록초본을 입수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이 팀의 활동 사항은 꼼꼼한 박 전 대표가 일일이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네거티브 공격의 총사령탑은 박 전 대표다. 그가 이번 파문에 대해 직접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박 전 대표 측의 검증 공방에 시달려 온 이 전 시장 캠프는 이번 사태를 ‘박 전 대표 측의 네거티브 공세의 증거’로 삼아 공수 역전의 호기로 삼을 태세다. 아울러 박 전 대표 측과 범여권의 연계 고리가 드러난다면 경선 승부가 의외로 쉽게 판가름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공세를 강화해 나갈 태세다.
한편 박 전 대표 측은 당혹 속에서도 “홍 씨와 권 씨의 말이 다르다”며 일단 지켜본다는 자세이지만 그동안 검증공세로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고 자평해온 만큼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