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증청문회에서도 이명박 박근혜 두 주자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 제2 검증공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사진기자단 | ||
19일의 검증청문회를 거치고 난 후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아킬레스건은 재산 의혹(이 전 시장)과 고 최태민 목사 관련 의혹(박 전 대표)으로 집약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막연히 알고 있던 국민들도 두 문제에 어느 정도 지식을 갖게 됐다는 정치권의 이야기도 나온다.
우선 박 전 대표의 경우 150개의 질문 가운데 60여 개가 최태민 목사 및 그 일가에 집중될 정도로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최 씨에 대한 의혹은 실체가 없다”는 기본자세를 유지했다.
3공 시절 중앙정보부가 최 씨를 조사한 결과 공사 수주나 장군 승진, 국회의원 공천 등을 약속하고 돈을 받거나, 대통령 딸이었던 박 전 대표의 이름을 팔아 기업인에게서 돈을 받아 챙긴 경우가 40여 건으로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박 전 대표는 “아버지는 엄격하신 분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었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넘어갔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자신이 최 목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풍문에 대한 질문도 나오자 “정말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얘기, 나에게 애가 있다는 얘기까지 한다”며 “애가 있다는 근거가 있으면 데려와도 좋다. DNA검사라도 해주겠다”고 오히려 공세를 펴 나갔다. 박 전 대표는 실체가 없는 최 목사의 비리와 자신을 연결하는 것은 음해성 네거티브라고 주장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와 검찰을 시켜 최 목사의 비리조사를 지시했다는 사실만으로 해명이 될 수는 없다는 평가여서 앞으로 이 문제는 계속 의혹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으로부터의 6억 원 수수설과 성북동 주택 무상 취득은 청문회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부분이다. 박 전 대표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돈은) 9억 원이 아닌 6억 원이다. 박 전 대통령의 개인 돈이라며 생계비 명목으로 처음부터 6억 원을 주기에 감사하게 받았다”라고 인정했다.
이는 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경남기업 신기수 회장이 박 전 대표의 성북동 주택을 무상으로 줬다는 의혹과 함께 과거사 문제가 새로 제기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밖에도 육영재단 문제나 영남대 문제,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서도 비교적 소상히 답변했으나 “당시 상황은 정확히 모른다” “그럴 자리에 있지 않았다”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해 앞으로도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 BBK 관련 자료를 보이며 이명박 전 시장에 질문하는 검증위원. | ||
BBK의 실제 소유주가 이 전 시장이라는 의혹에 대해 “나는 BBK와 전혀 관련 없다”며 “검찰조사에서도 관련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입장에서 한발도 더 나가지 않았다. 이 문제는 미국에 체류 중인 김경준 씨의 증언 여하에 따라 생각지도 못한 폭발력을 가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초동 꽃마을 땅 의혹과 관련 이 전 시장은 청문회에서 “현대건설이 중동 대공사를 수주한 뒤 정주영 회장이 특별 보너스로 준 것으로 정택규 당시 이사가 내가 해외에 있으니깐 대신 관리해 준 것이다”며 취득 경위를 밝혔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당시 현대건설 간부의 증언을 인용해 “회사에서 땅을 사준 적이 없다”고 보도, 청문회가 끝나자마자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전 시장 측 박형준 대변인은 “특별보너스를 받은 건 이미 확인됐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한편 검증청문회에서 이명박 전 시장은 “제 작은 성취가 저만의 것이 아니라고 본다. 제 성취를 우리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간접적으로 ‘재산 사회 환원’ 의사를 표명해 그 시점과 규모와 관련 주목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캠프에서는 선언적 의미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고 여권과 박 전 대표 측은 ‘정치적 쇼’로 깎아 내리고 있다.
이번 청문회와 관련 이명박, 박근혜 진영의 평가는 닮은꼴이다. 양측 모두 “우리 의혹은 확실히 해명됐지만, 상대 의혹은 오히려 커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청문회에서 제기됐던 의혹 중에서 해명된 부분은 양측 모두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청문회를 통해 국민들에게 뚜렷이 쟁점으로 부각된 이명박 전 시장의 재산관련 의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최태민 목사 관련 의혹에 포커스가 맞춰져 범여권까지 포함한 제2의 검증공방이 시작되는 신호탄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정계의 시각이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