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사장이 여직원들에게 보낸 카톡 내용 일부. 사진제공=신동근 의원실
“얼굴이 못생겨서 데스크에 있으면 안되겠다. 사람들 안 보이는 안쪽에나 들어가 있어라.”
A 씨가 예전 직장에서 들은 말이다. A 씨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서 초창기 멤버로 일했지만 상사의 폭언에 지난해 일을 그만두고 대기업으로 이직했다. A 씨는 “사장을 포함한 직장 상사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이 팀은 이쁜데 너네 팀은 못생겼다’는 등 팀을 나누며 외모 평가를 일삼았다”며 “나 말고도 인격모독과 인신공격으로 괴로워하다가 퇴사를 한 사람이 많다. 이는 명백한 언어폭력이다. 재단의 비전 제시를 하고 업무 동기를 부여하는 게 아니고 매일 인격모독을 당하기 일쑤여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라고 고백했다.
A 씨는 사직 강요를 당하기도 했다. “못 다니겠다는 식으로 주변사람들에게 말을 한 게 귀에 들어갔고 나가라는 말로 나에게 돌아왔다. ‘내가 사람을 뽑았는데 네가 안 나가고 있으면 이 새로 뽑은 사람을 어디에 앉히냐’는 말을 들었고 퇴사를 미루고 있으니 서비스 팀으로 보냈다.” A 씨처럼 재단을 떠난 직원들은 전체 정규직 중 3분의 2에 해당한다. 직원들에 따르면 김 사장이 취임한 지난 2014년부터 최근 2년 동안 76명이 퇴사했다. 재단 내 정규직이 40명인 것에 비해 상당히 많은 수치다.
A 씨는 재단 사장의 임명시스템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A 씨는 “사장은 오래 근무하던 직원들이 자신보다 재단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이전 사장이 있을 때부터 사장의 주관이 개입돼 우리가 구축했던 사업 시스템이 망가져서 좌절한 직원들이 많았다. 그래서 다음 사장인 김 사장이 임명됐을 때 이전과는 다르기를 매우 바랐었다”며 “그러나 더 엉망이었다. 기념품 사업의 경우에도 원래 진행하고 있던 것을 뒤집고 특정업체의 물품을 사용해 품질 부분에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내부 인사가 사장이 되는 게 아니고 재단 사정을 아예 모르던 외부인사가 오니 5년마다 주관에 따라 재단이 흔들린다. 인사검증시스템이 없는 것이 재단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단 사장의 인사전횡 문제는 이전부터 계속돼 왔다. 지난 2013년 재단 직원 80여 명 중 61명이 김선득 전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당시 직원들은 “김 사장은 그동안 계속된 인사전횡과 재정부실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김 사장이 노동조합 위원장인 안 아무개 씨를 해고하는 등 자신에게 반대하는 직원들에게 보복인사를 강행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사장 역시 지난해 노조위원장으로 맡게 된 직원에게 “노조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며 관련이 없는 팀으로 인사발령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직 중인 B 씨 역시 불만을 드러냈다. B 씨는 “대부분 직원들이 만약을 대비해 평소 막말을 들을 때마다 녹취를 해서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력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경력직으로 입사하는 등의 낙하산 인사도 있어왔고 이들이 성추행을 하는 일도 있었다. 재단 내 성추행 사건이 이번 한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김 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이후 사직 강요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또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규직이 40명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누군가 나가야 자신의 사람을 채워 넣을 수 있어 직원들에게 사직 강요를 하는 것 같다”며 “사장이 취임한 이후 사장의 지인들이 회사로 들어온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지난해 사장과 다른 직원들과 함께한 회식 자리에서 김 사장이 “내 임기 동안 승진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말하며 본인의 옆자리에 앉을 것을 강요했고 허리에 손을 두르고 얼굴을 비비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국감에서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여성으로부터 입수한 사직 강요 등의 녹취를 공개하기도 했다. 피해여성은 다른 팀으로 이동됐고 연결되는 내선번호가 삭제된 상태였다.
직원들 중에서도 이 여성과 같이 회식 자리에 있었다는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직원 C 씨는 “성추행을 하는 것을 직접 봤고 옆에서 말리기도 했지만 잘 안됐다. 이게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신입사원들이 사장한테 잘보이기 위해 친밀한 분위기가 형성됐었고 내부 감사가 끝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창립기념일 워크숍에서 직원들 네 명의 발을 찍은 것도 그냥 바다에 갔는데 우연히 직원 네 명이 샌들을 신고 페디큐어를 해서 인증샷의 의미로 찍은 것이다”고 말했다. 국감에서 김 사장이 창립기념일 워크숍에서 여직원에게 특정 포즈를 요구하며 발 사진을 수차례 촬영해 수치감을 줬다는 내용이 거론됐다.
C 씨는 이어 “사장의 인격모독 언행은 너무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지금 재단 내에서 사장의 언행 등에 대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70%고, ‘내가 하는 일이나 잘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30% 정도라고 볼 수 있다”며 “일부는 이번 문제로 인해 재단이 없어지는 건 아니냐며 걱정을 하지만 여기 온 사람들은 충분히 여기보다 좋은 곳에 갈 정도로 유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사장에게 취재 요청을 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김 사장은 국감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무근. 모함. 악마의 편집”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잘못이라면 아흔아홉 마리의 양보다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더 사랑하시라는 가르침을 전혀 실천하지 못하고 방치한 저의 부족함“이라고 밝혔다.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데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