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는 여성, 장애, 법률, 의료 등 각계의 시민단체들이 보건복지부의 시행 개정안과 낙태죄를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폴란드에서 지난 3일 열린 ‘검은 시위’에서 모티브를 따와 검은 옷을 입고 보신각 일대를 행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현행 모자보건법 등이 여성의 임신 결정권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임신중절수술의 책임을 의료인과 여성에게만 떠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낙태 처벌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 철회’와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며 “낙태는 여성이 선택할 권리”라고 주장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불꽃페미액션’, ‘페미당당’, ‘강남역 10번 출구’ 등 페미니스트 그룹들과 시민들이 보건복지부의 시행 개정안 및 낙태죄를 반대하는 폴란드의 ‘낙태 금지법’ 반대 시위를 모티브로 하는 검은 시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준필 기자.
현행 모자보건법에서는 낙태수술의 허용한계를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혹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등으로 규정해 두고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낙태수술이 가능하도록 정했다.
더불어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은 의료인의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기준을 담아 문제가 됐다. 개정안에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불법 임신중절수술이 포함됐다. 적발 시 최대 12개월의 의사자격이 정지되며 수술을 받은 여성 또한 처벌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수술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우 인공임신중절의 적법한 사유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비현실적인 우리의 법률을 기준으로 인공임신중절을 비도덕적 진료로 치부하고 처벌까지 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여론이 악화되자 보건복지부는 “41일의 입법예고 공고기간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받는 기간이다. 의료계, 여성계 등 각계각층의 의견들을 수렴해 검토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행정처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지 않도록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취합한 의견을 규제개혁심사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11월 2일 뒤에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폴란드에서는 우파 정부가 낙태 전면금지법을 발의한 데에 대한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전국적으로 열렸다. 이에 정부는 법안을 폐기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특히 폴란드 시위에서는 ‘옷걸이’가 낙태 합법화의 상징물로 등장해 낙태 불법 국가의 위험성을 알렸다. 옷걸이를 비롯해 불법 약물 등이 자가 낙태 도구로 쓰이면서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