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표 | ||
여기에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8월 19일 경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박 전 대표 측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김덕룡 의원 영입 실패, 당 지도부의 ‘불공정’ 경선 관리도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들의 힘을 빠지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 측은 격차는 계속 좁혀지고 있으며 역전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보고 있다. 과연 박 전 대표가 모자란 2%를 어떻게 채울지 살펴본다.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지난 7월 초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7월 중순까지 지지율이 역전될 것으로 본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재산 의혹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나는 그동안 수차례 선거를 뛰어봤다. 이 전 시장이 비록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기더라도 고급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여권이 돋보기를 들이대고 이 전 시장을 정밀 검증할 경우 그것을 이길 수 없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미리 그 가능성을 차단해줄 박 전 대표를 후보로 뽑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7월 중순만 되면 지금까지 제기된 이 전 시장에 대한 부동산 의혹이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지지율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7월 30일 현재 두 사람의 지지율에는 크게 변화가 없다. <중앙일보>가 지난 7월 24일 발표한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의원의 경우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각각 53.0%와 37.8%를 기록, 무려 15.2%의 격차를 보였다. 당원도 이 전 시장 46.5%, 박 전 대표 42.4%로 오차 범위 내이긴 하지만 이 전 시장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신문>이 지난 7월 21일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실시한 대의원 선호도 조사에서도 각각 45.6%와 35.0%를 기록, 10% 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여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박 전 대표는 최근의 지지율 정체와 관련해 “여러 차례 정책토론회를 거치면서 지지율이 반등했고,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그는 “마의 지지율 30%를 왔다 갔다 한다”는 질문에 “지지율 30%를 넘을 때도 있고 안 넘을 때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추세”라고 지적한 뒤 “당 대표 시절 당 지지율이 30%를 한번 넘으니 50%까지 넘어가더라”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초 계획에는 차질이 있지만 앞으로 수차례 남은 전국 순회 연설회를 통해 격차를 줄일 수 있고 역전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전 대표의 ‘기대’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먼저 박 전 대표 측은 앞으로 많이 남은 연설회에 ‘올인’해 지난 총선이나 보궐선거 때 몰아쳤던 ‘박근혜 바람’이 불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검증 청문회가 끝난 뒤 도덕성과 위기관리능력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보다 비교우위에 있다고 판단했고, 이를 부각시켜 막판 바람의 소재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또한 현재까지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도 그 ‘신뢰도’를 의심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캠프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 이 전 시장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캠프 일부에서는 이 전 시장이 여론조사 기관에게 ‘로비’를 해 ‘왜곡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의 A 기관의 조사결과는 거의 믿지 않고 있다. 경선 때 실시할 여론조사 기관 선정 때도 이 기관만큼은 꼭 배제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A 기관의 회장은 이명박 전 시장의 핵심 조언 그룹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회사에서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가 과연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이런 여론기관 선정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기관이나 언론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 이유를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후보 검증 공세가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었다는 것과 박 전 대표만이 할 수 있는 확실한 브랜드를 국민들에게 심어주지 못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한 보좌관은 자기 반성을 하면서 “박 전 대표 캠프는 여전히 후보검증 이슈를 ‘전가의 보도’처럼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도 전두환 6억 원 지원 부분이나 신당동 자택 부분을 공개 시인하면서 상처를 입었다고 본다. 이것으로 국민들이 ‘정치인의 약점은 그게 그것이다’라는 인식을 갖게 했고 앞으로 이 전 시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도 국민들의 ‘불감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라고 밝히면서 “이는 박 전 대표가 네거티브에 너무 전력을 집중한 후유증이라고 본다. 그가 지속적으로 정책 개발 등 포지티브 전략을 계속 밀고 나가 ‘박근혜 브랜드’를 확실하게 부각시켰다면 오히려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사실 박 전 대표로서는 후보 검증 공방을 통해 이 전 시장의 지지자들이 많이 이탈할 것으로 보았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에 대해 “사실 이 전 시장이 후보검증공방 과정에서 지지율 누수를 가져온 게 사실이다. 그들은 주로 중도세력으로 규정되는 수도권의 30~40대 화이트칼라 계층이다. 그런데 이 전 시장을 이탈한 그들이 박 전 대표 쪽으로 이동할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의 마이너스가 나의 플러스로 되어야 정상인데 여전히 박 전 대표는 게걸음을 걷고 있다. 캠프 내부에서도 이 전 시장 이탈층을 끌어들일 획기적인 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지만 박 전 대표를 둘러싸고 있는 그룹의 이념 분포상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 이탈층을 끌어들일 원동력으로 검찰 수사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이 검찰 수사 결과를 통해 ‘하자’가 있는 인물로 판명날 경우 이 전 시장을 떠난 지지층들이 박 전 대표 지지 쪽으로 갈 명분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선 막판에 검찰이 이 전 시장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몇 가지 사실을 공개할 경우 역전의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8월 19일 경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승리를 위해 몇가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더구나 그것 중 하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바로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가 그것. 인질 사태 전까지만 해도 언론 보도의 대부분이 이 전 시장의 부동산 의혹 공방에 할애되었지만 지금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 전 시장 측에겐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가 당분간 ‘검증공세’의 소나기를 피할 수 있는 우산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박 전 대표로서는 더 애가 타는 입장이다. 박 전 대표 측은 겉으로는 ‘정치공방’을 중단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지만 “할 말은 하겠다”는 속내다. 박 전 대표는 정치공방 중단을 선언한 다음 날 부산 합동 연설회에서 이 전 시장을 향해 “불안한 후보로는 안 된다”라며 직격탄을 날린 것도 그 때문이다.
강재섭 대표 체제가 여전히 박 전 대표에게 불리한 경선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도 불만이다. 최근 박 전 대표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합동 연설회가 광주에서 한 차례 무산되자 캠프가 경선 불복까지 외치며 크게 반발한 것도 강 대표 체제가 이미 이 전 시장 영향력 아래 넘어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주변에서는 한나라당이 이미 ‘이명박 사당화’로 가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박 전 대표에게는 8월 19일까지 별로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지지율 정체, 후보검증 약발 퇴조와 검찰 수사의 한계, 당 지도부의 ‘무관심’ 등으로 박 전 대표의 한여름은 더욱 뜨겁게 느껴질 전망이다. 과연 그를 시원하게 해줄 ‘에어컨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올까.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