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포교당이 전국 단위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의 위패와 불상이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고가에 팔리는 등 ‘부르는 게 값’이다.
평일 오전 9시, 수도권의 한 주택가에 위치한 5층 건물 안으로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들어갔다. 주민으로 보이는 할머니, 중년 여성부터 앳된 얼굴의 청년까지 연령층은 다양했다. 내부에 들어가자 스피커에선 녹음해 놓은 독경(불교에서 불경을 소리내 읽는 의식)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곳에는 불상도, 예불도, 법문도 없지만, 불교 교리를 전파하는 포교당이라는 간판이 걸려있었다.
승복을 입은 한 남성이 강단에 서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본격적인 법회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친숙한 대중가요가 나오기 시작했다. 남성은 “노래 한 곡 듣고 시작하겠습니다”라며 박수를 유도했다. 이어지는 순서도 법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1000원을 받고 휴지와 칫솔, 치약 등을 나눠 주더니, 이후 “가정의 평안을 위해서는 위패와 불상을 모셔야 한다”는 취지의 ‘강연’이 시작됐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상담을 원하면 실장에게 이야기하라”는 남성의 안내가 이어지자, 일부 신자들이 사무실로 보이는 방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효(孝)를 팔고 가정의 평안을 산다”
복수의 불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앞서의 포교당은 전형적인 유사 포교당이다. 지역 사찰을 대신해 위패와 불상을 봉안해준다는 식으로 운영되는 이러한 포교당은 현재 전국 1000여 곳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목적은 법회 등 정상적인 포교활동이 아닌 ‘돈’이라는 지적이다.
유사 포교당의 ‘영업 방식’은 이렇다. 포교당을 찾은 신자들에게 사주를 보거나 상담을 하면서 “사주가 꽉 막혔다. 위패와 불상을 모시고 기도를 드려야 한다. 이것이 조상을 위한 최고의 효도이자 공덕을 쌓는 방편”이라고 설득한다. 이후 상당한 고가의 위패와 불상 봉안을 권하는데, 불상을 판매하는 업체에 같은 위패와 불상의 가격을 문의한 결과 모두 1만 2000원부터 2만 원 사이에 구입이 가능했지만 포교당에서 제시하는 가격은 위패 128만 원, 불상 200만~300만 원에 이르렀다.
일부 포교당은 납골함 계약을 권하기도 한다. 지방에서 한 포교당을 운영하는 원장은 “인근에 국내 한 대기업 선산이 있다. 그곳에 납골함을 모신다. 그래야 자손이 대대손손 번창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장소에 어떤 방식으로 보관하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서도 제시한 가격은 410만 원에서 490만 원에 이르렀다. 앞서의 원장은 기자에게도 “며칠 전에 위패와 불상, 납골함까지 총 1억 2000만 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한 사람도 있다”며 재차 계약을 권했다.
불교계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유사 포교당이 경남에 위치한 한 대형 사찰 스님의 전국 순회 포교활동 과정에서 변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노인들을 상대로 ‘떴다방’식 홍보관을 열어 건강식품 등을 판매했던 업자들이 앞서의 스님의 포교 과정에서 몰려드는 신자들을 보고 흘러들어왔다는 것이다. 한 포교당 관계자는 “홍보관 하던 업자 한 명이 법회에 참석한 신자들이 헌금을 내는 걸 보고 돈이 되겠다 싶어 시작했는데 그게 대박이 났다. 이후 전국 각지에 같은 방식으로 포교당이 우후죽순 생겼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실제로 앞서와 같은 포교당 ‘영업 방식’과 위패, 불상 판매 가격 등은 지역 구분 없이 비슷했다. 포교당 관계자들이 ‘포교당 창시자’로 지목한 한 사찰의 포교단장에게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는 끝내 거절했다.
# 사찰 사칭까지 하는데 처벌 쉽지 않아
포교당 운영 방식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기자가 포교당을 직접 운영하고 싶다며 일부 포교당에 상담을 요청했다. 이 가운데 2주일간 여러 차례 기자를 만난 한 원장이 속내를 털어놨는데, 모든 관심은 현금에 쏠려있었다.
그가 설명한 방식은 간단했다. 3개월에서 6개월가량의 단기임대로 사무실을 빌리고, 신자들에게 원가로 생필품을 판매하거나 선물을 주며 환심을 산 뒤, 절에 위패나 불상을 모시면 된다며 헌금을 받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받은 봉안비 등이 주 수익원이었다. 필요하면 상담 실장을 붙여준다며 종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도 상관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한 보통 유사 포교당은 인근에 위치한 사찰의 이름을 빌려 운영되는데, 이마저도 악용되고 있었다. 앞서의 원장은 “기부금 명목으로 수익을 전달한다거나 위패, 불상 판매 금액에서 일정 부분을 전달하겠다고 부탁하면 이름을 빌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포교당 관계자는 “어차피 금방 (포교당을) 옮기는데, 잠깐 이름을 빌려도 된다”고 말했다. 결국 사찰을 ‘사칭’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유사 포교당에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신자들이 헌금을 하는 형태로 돈이 지불되는 데다, 위패나 불상 판매에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해도 어떤 장소든 봉안을 하거나 기도를 해주면 사기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포교당 관계자는 “위패를 모시거나 천도재를 지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만 하고 강요는 하지 않는다”며 “판매 대금이라기보다는 기도를 올리는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사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선물과 부적을 나눠주는 방식은 불교적인 것과 거리가 멀긴 하지만 방문판매업으로 등록해 법적으로는 문제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가 가족과 상의 없이 8000여만 원을 결제하는 등 피해 사례가 전국각지에서 종종 발견되면서 수사기관과 종단이 나서기 시작했다. 전북 지역의 한 경찰 관계자는 “사찰을 사칭하거나 판매 대금이 사찰에 전달되지 않고 착복한 정황이 발견되면 사기 등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계종 역시 유사 포교당이 세력을 넓힌 것을 확인하고 각 사찰에 주의문을 발송하는 한편, 일부 혐의가 인정된 포교당에는 심리를 통해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조계종에서 강력히 대응하고 있지만, 한 종단의 노력만으로는 근절이 어려워 보인다. 불교 내부의 자정과 함께 사법부도 적극 개입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