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론의 흐름을 정리하자면 대략 현 시점은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 하락 흐름이 멈추고, 박근혜 후보와의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소강국면’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후보의 지지도는 지난 2월 50%를 웃도는 지지도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이 후보에 대한 전방위적 공세가 펼쳐지며 최근 30% 후반까지 하락해 왔다.
그러나 박 후보 측 지지도는 이 후보 지지도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상승흐름만 나타났을 뿐 30%선을 넘지 못하고 있어 독자적 지지층 확장에는 한계를 보이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여론 흐름에서 이명박 후보 지지층의 특성을 요약하자면 중도층까지 아우르는 뛰어난 ‘확장성’이다. 반면, 박근혜 후보는 확장성에는 한계를 보이는 대신 고정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응집력’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이 후보의 경우 수없는 도덕성 시비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으로 높은 지지도를 여전히 유지하며, 박 후보를 압도하고 있는 점은 과거 대선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2년 초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호화빌라와 원정출산 의혹만으로도 두 달이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절반 이하 수준으로 지지층이 이탈했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이러한 현상은 이명박 후보 측이 내세우는 ‘경제지도자’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가 만만치 않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애초부터 지지층의 저변이 넓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반대로 박근혜 후보의 경우 비록 지지도의 절대적 수준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지만 시시각각 급변하는 정국 상황 속에서도 20%를 웃도는 지지도를 꾸준히 유지해 굳건한 고정지지층을 바탕으로 한 확실한 지구력을 보여주고 있다.
두 사람의 지지층 특성을 보면 이러한 흐름이 나타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즉 이명박 후보의 경우 대체로 수도권, 30대와 40대, 자영업자, 화이트칼라,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지지도가 특히 높은데 이 중 자영업자를 제외하면 대체로 정국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의견이 쉽게 변동하는 층이라 할 수 있다. 또 동시에 그동안의 우리 선거에서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이 아니라 오히려 비한나라당 진영의 지지 특성을 보이던 층을 중심으로 지지층이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 일부에 중도층까지 확보하고 있는 만큼 지지층의 크기는 박 후보보다 우위에 있다. 반면 박근혜 후보는 대구경북 지역, 50대 이상의 고연령층, 중졸이하 저학력층, 농림어업 종사자 등 대체로 고정적 보수성향이 강하고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의 특성을 보이는 층을 중심으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어 절대적 수준에서 이 후보의 지지도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일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안정적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 여론조사와 경선결과가 상이하게 나타난 것은 과거에도 실례가 있다. 지난 2002년 3월 9일부터 시작된 민주당 경선 직전 실시된 <조선일보>의 3월 4일 일반 국민 조사결과를 보면 이인제 후보는 노무현 후보에 비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대비 경쟁력이 6% 더 높게 나타나고 있었다. 또, 같은 신문의 3월 5일 제주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인제 후보가 21%, 노무현 후보 20%로 나타나고 있었으나 실제 경선결과는 이인제 대세론이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와 경선결과가 달라지는 현상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앞서 설명했듯이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에서는 여론조사와 달리 특정 정당, 즉 이번의 경우에는 한나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결과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여론조사에 나타난 지지도 상황과 달리 실제 경선결과는 당일 현장 투표참여 특성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한나라당 경선은 대의원 투표 20%, 당원 투표 30%, 일반 국민경선인단 30%, 여론조사 결과 20%를 합산해 최종 결과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앞서도 설명했듯이 여론조사를 제외하면 모두 현장에 나와서 투표를 하게 되므로 이미 정해진 선거인단 중 누가 얼마나 실제로 투표하느냐가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이미 한나라당은 지난 6월 25일부터 2주 동안 6만 9496명의 국민경선인단을 확정했고, 이에 대한 지지도 조사가 없어 집계에는 한계가 있지만 대체로 경선 참여 의향에 있어서는 고연령층과 지방권에서의 지지도 우위가 나타나는 박근혜 후보 측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반면 최근 발표된 대의원과 당원 여론조사에서는 대체로 이명박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의원 대상 여론조사 결과는 이 후보가 크게 앞서고, 당원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가 소폭 앞서고 있는 것이다. 다만 당원 여론조사 상 두 후보 간의 격차가 크지는 않아 당원 중 어느 후보 지지층이 더 현장에 많이 나오느냐에 따라 두 사람간의 격차가 거의 없거나 반전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즉 당원의 연령별 예상투표율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50대 이상의 고연령층의 예상 투표율이 높고 해당 연령층의 지지도에서는 오히려 박 후보가 앞서고 있어 실제 결과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일반 국민 경선인단의 구성에서도 박 후보 측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60대 이상 연령층 비율이 40%에 달하는 점도 박 후보 측이 유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때 이번 한나라당 경선의 핵심 관전 포인트 3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당일 투표현장에 어느 쪽 지지층이 실제 더 많이 참여하는지가 첫 번째다. 현재 이명박 후보가 전반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은 분명하나 그 차가 압도적으로 큰 것은 아니어서 투표참여 특성에 따라 두 사람 간의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지도 추이에 따라 경선 결과가 영향을 받게 된다. 현재 아프간 사태 등으로 소강국면에 있는 두 사람의 지지도 격차가 남은 기간 변화가 생긴다면 경선 결과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즉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가 추가 하락할 경우에는 이 후보 측의 경선승리가 불투명해지는 반면, 박근혜 후보가 더 이상 이 후보를 따라 잡지 못하고 격차가 더 벌어진다면 경선 분위기 상 급격히 불리해질 가능성을 무시하기 힘들다. 따라서 남은 기간 또 다른 정국현안이 급부상하고 이에 따른 두 사람 간의 유불리가 확실히 갈린다면 경선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는 여론조사 문항이 어떻게 선정되느냐에 따라서도 두 사람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는 ‘당장 내일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는 지지도 문항에서는 박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누가 대통령으로 가장 적합한가?’를 묻는 적합도 질문에서는 오히려 이 후보가 더 유리한 결과를 보여왔다. 따라서 여론조사를 둘 중 어느 문항으로 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경선 결과는 민감한 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 2일 한나라당 경선관리위원회에서 여론조사 문항을 두고 이, 박 양 캠프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된 상황에서 박 후보 측의 대리인들이 표결 참여를 거부하는 등 갈등이 불거진 것은 여론조사 문항이 경선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경선구도에서 대체로 이명박 후보가 소폭이라도 우위에 있다는 것이 여의도 정가의 분석이다. 실제 대의원과 당원들의 대다수가 이미 후보를 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이명박 후보 우위의 지지도 상황이 경선 때까지 갈 가능성도 무시하기 힘들다. 또 실제 당일 투표 참여의 관건이 되는 조직력 부분에서 이 후보 측이 오히려 박 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경선을 앞두고 양 측의 감정대립이 위험한 수준까지 진입하며 난타전을 거듭하고 있어 향후 두 후보 간의 공방과 그에 대한 국민 평가에 따라서는 여론 흐름이 뒤바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경선 등에선 지지도와 별개로 전반적 정국상황과 이에 따른 여론 흐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후보의 지지층은 투표 참여율도 높았다. 반면 수세에 몰린 후보의 지지자들은 투표를 포기하는 경향이 강했다. 결국 남은 기간의 정국 흐름은 경선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예측불허의 지지도 상황과 일촉즉발의 경선국면이 맞물려 이번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최종 승자가 정해질 전망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