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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 14일 남북 공동선언 7주년 행사에 참석한 김대중 전 대통령. 그 뒤로 범여권 대선 주자로 꼽히고 있는 손학규 전 지사, 천정배 전 장관, 김혁규 의원 등이 보인다. | ||
DJ 친위부대에는 동교동계와 연청, 권노갑 전 고문·박지원 전 비서실장·박준영 전남지사 등 측근그룹 등이 포진해 있다. 이들 친위부대들은 수십년 오랜 세월 DJ와 정치적 역경을 함께해 왔고 지금까지도 끈끈한 정치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 DJ의 말처럼 변화무쌍한 정치 환경을 거치면서 일부는 DJ와 등을 돌리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DJ의 막강한 정치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범여권 대선구도가 민주신당, 친노그룹, 민주당의 3각 구도로 재편되면서 DJ의 역할과 맞물린 이들 친위부대의 정치행보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DJ는 연말 대선에서 범여권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단일 정당에 기반한 단일 후보’로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야 한다는 논리를 줄기차게 펼치고 있다. DJ의 정치스타일에 비춰볼 때 그는 범여권이 승리할 수 있는 대선지형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에 그칠 뿐 대권 복심은 마지막까지 드러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DJ가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던 2002년 대선을 비롯한 몇 차례 선거 사례에 미뤄 그의 복심은 친위부대의 행보를 통해 어느 정도 반영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범여권 주변에서 벌써부터 동교동계 역할론 내지는 킹 메이커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분석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동교동계는 DJ가 권좌에서 물러난 뒤 참여정부 출범과 탄핵 역풍을 맞고 치러진 2004년 총선에서 대패해 한동안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동교동계는 호시탐탐 재기를 노리며 결속을 다져왔고 범여권 대통합 과정에서도 막후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게 사실이다.
동교동계의 부활은 지난해 11월 초 결성된 ‘이목회’라는 친목 모임을 통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매달 두 번째 목요일에 만나는 모임이란 뜻으로 붙여진 이목회 측은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민주당 전직 의원들을 중심으로 친목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모임 취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모임 구성원 대부분이 동교동계 핵심 인사들로 채워졌고 정치적 현안이 있을 때마다 사전 의견 조율을 통해 통일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단순한 친목모임이 아닌 재기를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11월 16일 첫 모임에는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배기운 전 사무총장, 김홍일·정균환·김옥두·남궁진·최재승·윤철상·이협·박주선 전 의원, 박준영 전남지사 등 30여 명이 참석해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목회 멤버들은 지금도 매월 주례 회동을 갖고 대권구도 등 정치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동교동 부활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민주당과 행동통일에 의기투합하는 한편 DJ와도 물밑 교감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범여권 대통합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5월 이목회를 중심으로 한 전직 민주당 의원 20여 명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조순형 의원을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대통합을 부르짖고 있는 DJ가 민주당 사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조 의원을 대선주자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의중이 전달되면서 추대 모임 자체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DJ의 차남인 김홍업 의원을 비롯해 김효석 이낙연 의원, 박준영 전남지사, 박광태 광주시장 등이 잇따라 민주당을 탈당해 대통합신당에 합류한 배경에도 DJ의 대통합 복심과 맞물린 동교동계의 막후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동교동계는 탈당 도미노가 이어지기 전인 지난달 3일 시내 모처에서 만찬회동을 갖고 범여권 대통합을 위해 역할을 다하자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교동계 출신인 김태랑 국회 사무총장의 초청 형식으로 열린 이날 만찬에는 김홍업 의원과 이목회 멤버, 열린우리당 탈당파인 이석현·이강래·최성·김동철·전병헌 의원 등이 참석했다.
특히 오는 11일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릴 예정인 ‘DJ 피랍 생환 34주년’ 기념행사에는 범여권 대선주자를 비롯한 범동교동계 인사들이 총출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DJ의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이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DJ의 외곽 청년조직으로 막강한 힘을 발휘했던 연청도 오랫동안의 침묵을 깨고 최근 조직 재정비 작업에 나서는 등 대선과 내년 총선을 겨냥한 재건 플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80년대 DJ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 주도로 창립된 연청은 97년과 2002년 두 번의 대선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던 DJ의 든든한 외곽 청년조직으로 잘 알려져 있다.
DJ 정부 출범 후 2000년 11월 여당 청년조직으로 흡수된 연청은 2003년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을 거치면서 위상이 급격히 약화됐다. 공조직으로 흡수된 만큼 전국적인 조직망도 하나 둘씩 자취를 감췄고 한때 30만 명에 육박했던 회원수도 10만여 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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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문희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세균 의장, 정균환 신당 공동 창준위원장, 배기선 의원 등 범여권 핵심 실세들이 연청 중앙회장 출신이란 사실에 비춰볼 때 연청 조직이 재건되고 DJ의 대권 복심을 반영할 경우 범여권 대선구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권노갑 전 고문과 박지원 전 실장 등 DJ 핵심 측근그룹의 막후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2·12 특별사면 조치로 정치적 족쇄가 풀린 권 전 고문과 박 전 실장은 전·현역 정치인들을 두루 접촉하는 등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권 전 고문은 지난 2월 27일 경기도에 위치한 한 골프장에서 범여권 대선후보인 이해찬 전 총리와 골프회동을 가지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권 전 고문은 또 범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인 정동영 전 의장과 만나 과거 앙금을 털어내는 등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별사면 직후 DJ의 일본 휴가에 동행하는 등 영원한 DJ 심복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박 전 실장도 정 전 의장, 정대철 전 고문, 한화갑 전 대표 등 범여권 핵심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고 있다. 박 전 실장은 또 지난 4·25재보선 때는 이희호 여사와 함께 김홍업 후보 지원에 총력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처럼 DJ의 친위부대가 한동안 침묵을 깨고 총궐기를 준비하고 있는 기류가 감지되자 한나라당은 물론 범여권 대선캠프 진영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 가운데 동교동계 막내격인 설훈 전 의원이 손학규 전 지사 캠프에 합류하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교동계 인사가 특정 대선주자 캠프에 공식 합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29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설 전 의원은 김대업과 마찬가지로 이 나라 공작 정치의 상징 같은 인물”이라며 “설 전 의원을 자신의 핵심 참모로 기용했다는 것은 손 전 지사 역시 공작정치의 유혹에 이끌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나 대변인은 또 범여권 통합 움직임과 관련해 “통합이 ‘DJ 극본-박지원 연출’이란 말이 공공연하다”면서 “상도동(김영삼 전 대통령), 청구동(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은 다 무대에서 사라졌는데 ‘동교동 망령’만이 아직도 대선과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려 하고 있다”며 동교동계 역할론을 경계하기도 했다.
범여권 대선캠프 진영도 각자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손 전 지사 측은 설 전 의원의 합류가 대세론 확산 징후라는 고무적인 반응과 함께 한나라당과 범여권 다른 주자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데 대한 부담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동영·이해찬·한명숙·김혁규 등 범여권 주요 대선주자 진영은 호남민심을 의식해 DJ와 친위부대의 역할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저마다 ‘김심’(DJ 의중)이 자신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자마자 범여권 후보 지지율에서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는 조순형 민주당 의원만은 “DJ가 손학규 전 지사를 미는 것 같다”고 주장하며서 DJ의 정치 개입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범여권의 유일한 반노비김 주자인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DJ-손학규 대권 밀약설’과 관련한 갖가지 억측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하는 과정에서 DJ의 밀명을 받은 연청이 막후 역할을 담당했다는 소문이 나도는가 하면 설 전 의원의 손학규 캠프행도 DJ의 대권 복심이 반영됐을 것이란 의혹도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범동교동계 한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동교동계 전원에게 범여 통합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어느 캠프에도 합류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린 걸로 안다”며 “설 전 의원의 손 전 지사 측 합류를 김심으로 보기 어렵다”고 이를 부인한다.
DJ의 정치 스타일이나 성격에 비춰볼 때 그는 대선 막판까지 대권 복심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DJ 스스로 범여권 대통합을 주문하면서 대선 승리를 염원하고 있는 만큼 지지율과 본선 경쟁력이 높은 후보를 물밑 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DJ의 의중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 동교동계와 연청 등 친위부대의 역할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