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24일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발족식에 참석한 예비 대선후보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범여권의 ‘검증 맹공’이 예상되고 있다. | ||
범여권은 오래전부터 한나라당 경선을 즐기며 나름대로 대응전략을 강구해 왔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진영은 사활을 건 경선전쟁을 치르면서 적잖은 치부를 드러내는가 하면 그동안의 갈등과 앙금을 해소하지 못해 극심한 경선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확정되긴 했지만 ‘상처뿐인 영광’으로 폄하되고 있는 것도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치부와 무관치 않다.
한나라당이 경선 이후 양 진영 간 갈등 봉합 등 적잖은 내홍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범여권 입장에서는 어부지리 효과를 만끽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이 집안싸움으로 스스로 후보자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대혈투를 벌이면서 내부 갈등 봉합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나라당 대선후보 중심으로 전개되던 대선정국 또한 서서히 범여권으로 옮아가고 있다는 것이 범여권의 진단이다.
따라서 범여권은 대선주자 간 경쟁은 차치하더라도 한나라당 후보로 결정된 이 전 시장에 대한 전방위 공세에는 공동전선을 형성하자는 데 의기투합하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이 전 시장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재검증하는 동시에 가공할 만한 새로운 카드도 단계별로 꺼내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신당 이낙연 대변인은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직후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새로운 정치실험이었으나 그 과정에서 폭로 비방 고발 음모가 난무하고 경선이 추하게 얼룩졌다”며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 여론조사에 불응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은 한나라당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도 “도곡동 땅, BBK문제 등 제기된 의혹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명된 것이 없다”며 “이 후보가 국민의 검증망을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적잖은 치부가 드러난 바 있고 일부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논란이 일고 있는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 전 시장 측과 검찰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검찰의 입장 변화와 향후 수사 추이에 따라 이 전 시장이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김유찬 전 비서관에 대한 ‘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위증교사가 사실이라는 발언이 담긴 녹음 CD 및 녹취록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녹취록은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를 뒤집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앞으로도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이 전 시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 미뤄 그의 아킬레스건은 범여권과 대선주자들의 집중적인 타깃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와 범여권 핵심부는 이 전 시장의 도덕성과 자질론에 흠집을 내는 등 고도의 공중전을 펼치고 각 대선주자 진영에서는 폭로전에 가세하는 각개전투를 벌여 이 전 시장을 무력화시키는 공동 전략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범여권 일각에서는 이 전 시장을 상대할 수 있는 이른바 ‘맞춤형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의 강점인 경제와 추진력 등을 보완할 수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본격적인 경선구도 모드로 진입한 범여권 내 복잡한 정치상황을 감안하면 맞춤형 후보론이 범여권의 단일 대안으로 자리잡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대선주자 진영에서는 저마다 이 전 시장을 상대할 수 있는 적임자론을 강조하면서 맞춤형 후보론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전 시장의 후보 확정 소식을 접한 범여권 대선주자 진영은 저마다 ‘이명박 대항마’를 자임하고 있다. 손 전 지사 측 우상호 대변인은 “한나라당 후보 확정에 맞춰 손 전 지사와의 2파전 구도를 시급히 정비해 본격적 대선체제로 가겠다”고 밝혔고 정동영 전 의장 측은 “뚜렷한 개혁적 정체성을 가진 범여권 적자 후보답게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추진력 있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보다 강화할 것”이라며 이 전 시장의 강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적임자론을 강조했다.
이해찬 전 총리 측은 이 전 시장으로는 시대정신에 역행한다는 점이 분명해진 만큼 민주개혁 세력의 정통성으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전략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3일 정치참여를 선언할 방침인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도 ‘이명박 대항마’를 자임하고 있고 민주신당 참여와 경선출마를 선언한 추미애 전 의원 측은 “12월 대선에서는 추미애 후보와 이명박 후보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경선에서 승리한 이 전 시장에게 기쁨은 잠시일 뿐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