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서 상임대사는 88년부터 2000년까지 스물여섯 차례 나 북한을 방문했다고 한다. 이종현 기자 | ||
눈길을 끄는 대목은 1992년 1월21일 김일성 주석과의 만남. 책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이날 자리에서 ‘사흘 후에 김우중 회장을 만나는데 남쪽에서는 신용이 있는 사람인가’ ‘문익환 목사를 만났더니 과거의 반공을 청산하고 조국을 돕겠다고 해서 나는 환영했다’ 등의 얘기를 했다는 것.
또 김일성 주석은 “문익환 목사가 너무 보고 싶어서 어제 그가 머물렀던 초대소에 가서 1시간 이상 문 목사를 생각했다”고 말하며 “박(경서) 선생은 나를 만났다고 감옥에는 안가겠지?”라고 물었다고 한다.
박 위원은 김 주석에 대한 첫 인상에 대해 “생각보다 뒷목의 혹이 작게 보여서 놀랐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서방 사진기자들이 혹을 키워서 배포한 것 같았다”고 적었다. 또 1991년 당시 남북이 추진중이던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지금은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말라’고 충고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당시 정권을 잡은 사람들의 정통성 문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지난 17일 가진 인터뷰에서 책의 내용을 부연설명하면서 “김 주석은 스위스와 같은 영세 중립국을 통일국가의 모델로 꼽았다”면서 “고려 연방제에 대해서도 강한 애착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92년 당시만 해도 북한은 동독에 못지 않은 경제력을 가진 나라였다. 그러나 95년 홍수 이후로 북한 경제는 급속도로 피폐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경험을 담은 박 위원의 책은 지난해 12월 초 인쇄돼 출판기념회까지 가졌으나 시중 서점에는 배포되지 않은 상태다. 박 위원은 “책의 내용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몰라서 아직 배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