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선 통합 국민은행의 간판 교체 사업 예산 규모가 4백억원대 사업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서씨는 지난해 1월 C대학 동문인 광고업자 백아무개씨에게 “내가 국민은행 관계자와 아태평화 재단 관계자들을 만나 얘기를 다 해놨는데 합병은행 실무자들에 대한 로비자금이 필요하다”면서 3억원을 요구해 백씨에게서 두 차례에 걸쳐 1억4천만원을 받아 가로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씨쪽의 주장은 이와는 다르다. 먼저 통합 국민은행의 간판 교체 사업권을 따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는 것. 서씨와 백씨가 C대학 동창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큰 교분은 없었다는 것. 검찰에서도 이번 간판교체건으로 백씨가 먼저 서씨에게 접근했다고 밝히고 있다.
서씨쪽에선 “사업권을 약속했던 게 아니라 알아보겠다고 했었고, 알아본 결과 도저히 안되겠다”고 백씨쪽에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안될 줄 아는 사업이면서 돈을 왜 받았느냐는 점이다. 검찰에 백씨의 고소장이 접수된 것은 석달 전인 지난해 10월께였다.
서씨와 백씨는 이번 사건이 표면화 되기 전에 돈을 돌려주는 문제로 상당기간 실랑이가 있었다.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뒤에도 양쪽 모두 협상할 시간을 달라고 검찰에 요청해 기소 처분이 늦어졌다. 서씨쪽에 따르면 검찰의 기소 처분이 있기 1주일 전쯤 고소인측에서 1억2천만원을 갚겠다는 각서를 써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서씨와 고소인쪽 한 명이 서씨의 아버지인 서재희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찾아와 6천만원을 먼저 갚고 몇 달 뒤에 1억2천만원을 더 갚는다는 각서를 써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 서 전 원장은 “기소되기 일주일 전쯤부터 알던 사람이 아들과 함께 찾아와, 아버님이 보증만 서주시면 되겠다고 해서 내가 보증을 서줬다”고 밝혔다.
그는 “6천만원을 주겠다. 지금 1억2천만원이 어디있느냐”는 말까지 했었다고 전했다. 이 점은 검찰의 소장과는 내용이 다르다. 하지만 보증 각서를 갖고 간 뒤 고소인들이 보증 각서의 요구조건을 받아 들일 수 없다며 합의서 쓰기를 거부해 검찰에 결국 기소됐다는 것이다.
물론 서씨쪽에서도 백씨쪽에 돌려줄 돈 8천만원을 법원에 공탁하고 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소장에는 백씨쪽에서 서씨가 1억4천만원을 가로챘다고 나와있지만 서씨쪽에선 8천만원만 썼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6천만원은 고소인쪽에서 썼다는 것.
이와 관련, 서씨의 아버지인 서 전 원장은 아들이 돈을 찾아쓴 것은 맞지만 6천만원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소인측에서 1억원을 받았다는 인수증을 써달라고 해서 아들인 서씨가 도장을 찍어줬다는 것.
이들이 간판 광고 사업을 하는 것도 별도의 신설법인을 만든 게 아니라 간판 광고 사업을 같이 하겠다는 ‘약정 동업서’를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와 고소인인 백씨쪽에선 합의금을 놓고 석달여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합의금액에 대해 서 전 원장은 백씨쪽에서 “5억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백씨쪽에선 아직 구체적인 합의금액을 공식적으로 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소장에 기록한 횡령 액수가 1억4천만원이었던 점을 보면 그 이상을 요구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검찰에선 억대의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서씨를 불구속 기소 처분한 이유에 대해 “광고업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서씨에게 먼저 접근한 쪽이 광고업자 백씨라는 점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법원의 판단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