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가 노무현 당선자를 치 켜세우며 인용한 ‘히루안돈’이라는 일본 속담 의 의미가 사람들을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 ||
그는 기자들에게 일본의 ‘낮의 촛불’이라는 속담을 들어가며 노 당선자를 치켜세웠다. 그런데 그가 인용한 일본 속담의 원래 뜻에는 칭찬이 아닌 ‘바보’라는 뜻이 담겨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JP는 노 당선자를 일본 속담의 ‘낮의 촛불’에 비유하면서 “밖에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밤이 되면 촛불이 주위를 밝히듯 제자리에 가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사람이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일본인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국내 체류중인 일본인 A씨(30)의 얘기. “원래 이 속담은 어떤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로 쓰인다. 일본 원어로는 ‘히루안돈’(ひるあんどん:晝行燈)이라고 하는데 ‘대낮에 쓸데없이 밝게 켜져 있는 촛불같이 바보스럽고 멍청한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보통 이 말은 어떤 사람이 약간 모자라거나 멍청해보일 때 쓰인다.” 일본문제 전문가로 통하는 김용운 전 한양대 명예교수(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도 JP의 ‘잘못된’ 일본 속담 인용을 꼬집었다. 김 전 교수는 “며칠 전 신문에서 (관련 기사를) 봤는데 JP가 아마 실수를 한 것 같다.
원래 그 일본속담은 필요없는 일을 하는 바보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김 전 교수는 ‘낮의 촛불’이란 속담이 유명해지게 된 배경도 소개해주었다. “옛날 일본 에도시대 때 ‘충신극’이란 연극이 인기를 끌면서부터 이 말도 따라서 유명해졌다.
이 연극에서 47명의 무사들이 죽은 영주의 원수를 갚기 위해 다른 영주를 습격한 사건이 있었다. 그 주모자는 오오이시 쿠라노스케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원래 용감하고 똑똑한 사람이었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재능을 숨기고 바보처럼 행동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속뜻을 모르던 사람들은 오오이시의 겉모습만을 보고 멍청하고 바보같은 짓을 하는 사람이라며 ‘히루안돈’이라는 말로 빗대 놀렸다고 한다. 그 다음부터 일본에서는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짓을 하는 바보스런 사람을 가리킬 때 히루안돈(ひるあんどん:晝行燈)이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또한 B대학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하는 한 여대생은 “정확하게 그 뜻을 알고 속담을 인용해야지 난데없이 어려운 말을 끄집어 내 일반사람들을 혼란하게 만드는 것은 언어 공해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평소 정치현실을 ‘어려운’ 고전에 빗대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온 JP. 아마 JP에게는 노무현 당선자도 ‘충신극’에 나오는 오오이시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노 당선자가 오오이시처럼 숨은 재주를 감추고 있다가 마침내 뜻을 이룬 ‘주머니 속의 송곳’인지, 아니면 진짜 ‘히루안돈’과 같은 존재인지, 지금부터가 그 검증의 시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