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박근혜 하야 반대 집회’를 열고 있던 한 보수단체 소속 60대 여성이 기차를 기다리던 어린 학생에게 접근해 이처럼 말했다. 이 학생은 논술 시험을 치르고 기차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학생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
19일 오후 2시 4차 촛불집회에 맞선 박사모와 보수단체의 ‘박근혜 하야 반대’ 맞불집회가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이날 열린 ‘박근혜 하야 반대 집회’에는 같은 날 예정돼 있던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4차 범국민행동’에 맞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와 전국 약 80여 개의 보수단체에서 약 1만 1000명(주최 추산 8만 명)이 모였다. 이들은 저마다 한 목소리로 “박근혜 강제 하야 절대 반대”를 외쳤다.
강남에서 온 김은희 씨(여·68)는 “박근혜 대통령이 실망을 준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에겐 지금 최선이 없다. 차선에 힘을 줄 때”라며 “문재인, 박원순은 종북 세력이다. 그들은 북한의 결재를 받고 일하는 사람이다. 박 대통령은 힘들어도 버텨라,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고 소리쳤다.
19일 ‘박근혜 하야 반대 집회’에 참여한 박사모와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형 태극기를 들고 “박근혜 하야 반대”를 외치고 있다. 태극기의 길이는 500m에 달한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부산에서 온 동래고 75년생 졸업생 일행은 “이 사태는 언론과 야권 등 빨갱이 세력이 기획해 만든 폭동”이라며 “법으로 처리하면 될 것을 초중등 학생 100만 명 모아다가 대통령을 끌어내리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또 “우리도 부산이지만 문재인은 북한에서 넘어온 것 같다. 부모가 이상한 사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 60~70대의 노년층이 집회에 참여했지만 외국인과 4, 50대의 중장년층의 참여도 눈길을 끌었다. 대전에서 남편, 아이들과 함께 시위에 참가한 최은경 씨(46)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하야하면 정부가 무질서해진다. 하야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남대문 행진을 시작하는 ‘박근혜 하야 반대 집회’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한편 이날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가 광화문 행진으로 이어지면서 촛불집회와의 물리적인 충돌이 우려되기도 했으나, 남대문 행진에서 경찰에 저지되면서 이날 오후께 자진 해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최훈민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