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하는 제4차 ‘2016 민중 총궐기 대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고성준 기자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백남기투쟁본부, 민주노총 등 1500 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이날 집회는 광화문 광장을 출발해 내자사거리까지 7개 코스로 행진한다. 당초 주최측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을 포함한 총 8개 코스의 행진을 신고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제외됐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는 청와대에서 불과 200m 거리에 위치한다.
다만 지난 12일 제3차 촛불집회와 마찬가지로 율곡로(경복궁역 사거리)와 사직로 행진은 허용됐다. 이와 더불어 청와대에서 400m 떨어진 서울정부청사 창성동 별관과 재동초등학교 앞 교차로 집회까지 처음으로 허용됐지만 오후 5시 30분까지로 제한돼 실제 촛불집회에서는 행진이 이뤄지지 않았다.
1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중고등학생들이 서울 종로구 사직로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행진에 앞서 오후 6시부터 열린 퇴진행동 본행사에는 지난 17일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 법조인, 여성운동가, 세월호 유가족, 가수 전인권 등 다양한 각계각층이 참여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알려진 최순실의 딸 정유라 씨(20)의 대학 입시 비리로 인해 분노가 극에 달한 수험생들의 목소리도 크게 울려퍼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학생은 “어른들은 ‘너희들도 노력하면 명문대에 갈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이번 사태로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라며 “헌법에는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고 나와있는데 지금 국민들의 주권이 밟히고 있다. 이런 상황을 후배들에게 절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아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만 현장에서 무리를 이뤄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도 있었다. 이들은 “학생들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서 토요일이지만 교복을 입고 나왔다”라며 “국정교과서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추진 이유가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제대로 투명하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국민행동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집회 자유발언에 참여한 유준현 씨(전남 여수)는 “청와대에서 <시크릿가든> 보고 있을 길라임에게 한 마디 하겠다. (세월호)일곱 시간 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다. 보톡스 맞고 굿판을 열든 사람을 구했어야지 않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현장에는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남자주인공 역을 맡았던 현빈의 트레이닝 복을 입은 시민과 현빈의 대사를 패러디한 “그게 최순입니까? 확siri해요?” 피켓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진다”는 발언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촛불은 바람 불며 옮겨붙는다” “이거 방탄 촛불이야 XXX야”라는 패러디 피켓을 들고 집회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한편 평화적인 분위기로 진행되던 행진은 오후 9시부터 내자사거리에서 경찰과 대치 상황을 빚고 있다.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인 내자사거리는 지난 3차집회에서도 경찰 차벽을 넘으려던 일부 시민과 경찰의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했던 바 있다.
김태원 기자 김상훈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