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부드러운 스윙을 통한 임팩트로 폭발력을 과시한다면 심정수는 힘이 좋은 기본 바탕 덕분에 때리기만 하면 담장을 넘기는 괴력을 발휘하는 스타일.
타순에서도 두 사람의 출발점은 너무나 달랐다. 이승엽이 클린업 트리오의 선두인 3번 타자로 나서면서 뒤에 포진하고 있는 마해영, 양준혁으로 이어지는 막강 라인 덕분에 상대 투수들과 전면전을 펼칠 수 있었다면 심정수는 시즌 전반기에 4번 타자로 등판, 투수들이 고의사구로 내보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심정수가 이승엽과 본격적인 홈런 경쟁을 펼치게 된 것은 타순 조정으로 인해 3번 타자로 나서면서부터. 심정수를 3번으로 옮길 경우 무게 중심이 쏠릴 것을 우려한 김재박 감독이 처음엔 난색을 표하다 이승엽과 홈런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뒤늦게 배려를 한 셈이다.
심정수는 최근 홈런 경쟁보다도 매스컴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고 한다. 힘의 원천인 삶은 계란은 물론 온갖 보약을 해먹으며 막판 뒷심을 발휘중인데 몸은 힘들어도 야구팬들의 흥미를 더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분만큼은 최고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