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성 전 총리가 10월 말에 김혁규 전 의원 등이 참여하는 ‘영남 중심 신당’을 열고 직접 대권 후보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 ||
이 전 총리는 그동안 대선 참여 의사를 시사하면서도 본인의 직접 출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 전 총리는 지난달 27일 베이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 풍토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중도 대통합 세력을 규합할 것”이라며 “국민을 생각하는 분을 대통령 후보로 생각하고 있고 전직 총리급 출신과 도지사를 역임한 분 등 두 분이 아주 좋은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해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본인의 직접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난 끝까지 사양한다. 내가 출마하면 명분이 약해진다. 나는 정신적 가치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전 총리의 베이징 발언 이후 ‘영남 신당’ 태동설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이 전 총리가 언급한 총리급 인사와 도지사 역임자는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병준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과 경남도지사 출신인 김혁규 전 의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대통합민주신당 합류를 거부하고 의원직을 사퇴한 김 전 의원은 중국에서 이 전 총리를 만나 신당 창당 문제를 논의하는가 하면 자신과 함께 통합신당 합류를 거부하고 독자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는 김원웅 의원, 강운태 전 장관 등 범여권 장외 대선주자들과도 자주 회동하며 신당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준 위원장도 얼마 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이수성 전 총리와 회동을 갖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항할 수 있는 범여권 정책 신당을 만드는 방안을 협의했다”며 “정책 신당은 범여권의 대선판을 키우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기 위한 중간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해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김 위원장은 또 “영남 중심 정책 신당에는 김혁규 전 열린우리당 의원과 강운태 전 내무장관, 김원웅 의원 등이 참석해 10월 중순 대선 후보를 뽑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수성 전 총리 본인은 직접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김혁규 전 의원 | ||
신당 창당은 10월 말쯤으로 잡고 있는데 참여 인사들 면모 또한 화려하다. 범여권 장외주자인 김혁규 전 의원, 김원웅 의원, 강운태 전 장관을 비롯해 김병준 위원장, 이홍구 전 총리,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 이의근 전 전북지사, 염홍철 전 대전 시장, 박세일 전 의원 등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 측 한 관계자는 “잠재적 대선주자로 늘 거론돼 온 A 씨도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며 “신당이 창당되면 연말 대선지형은 대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19일 기자와 만난 이 전 총리 측 최승호 공보실장은 “어제(18일) 전직 총장 19명이 발기인참여에 동의했고 현직 대학총장이나 광역단체장 등 유력인사 다수도 신당 참여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또 “현재까지 발기인 참여에 동의한 유력인사만 50~60명에 달하고 10월 8일 발기인대회까지 100여 명 이상이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영남신당론’과 관련해서는 “말도 안된다”고 일축하면서 “국민평화연대는 양심적이고 때묻지 않은 각계인사들이 구국의 결단으로 자정능력을 상실한 낡은 정치판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국민우선주의, 국민혁명노선을 지향하고 있다”며 강조했다.
이처럼 이 전 총리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범여권은 물론 연말 대선지형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평화연대가 창당될 경우 범여권 대선구도는 통합신당과 민주당, 문국현 전 사장 등 장외 군소주자들이 경합을 벌이는 다자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들 정당과 대선주자들은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한 후 막판에는 범여권 후보단일화라는 최종 관문에서 재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담금질을 시작한 ‘이수성 대망론’이 향후 대선지형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