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치문화에는 전통적/권위주의적 사회·정치문화와 합리적/민주적인 사회·정치문화가 있다. 전통적 권위주의적 정치문화의 요소들로는 묵종성향, 의인주의(혈연, 학연, 지연)와 형식주의가 있다. 합리적 민주주의적 문화의 요소들로는 정직성, 개인의 권리의식, 평등의식, 법치주의, 비판정신, 신뢰, 남에 대한 배려와 관용, 환경보호의식, 애국심 등이 있다.
필자가 실시한 한국정치의식에 관한 설문조사(1984년-2008년)에서 전통적/권위주의적인 정치문화 요소들의 변화성과 잔존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진=전득주 명예교수
첫째, 묵종성향과 형식주의는 1984년부터 24년 동안 급격히 축소되어 가는데 반해 혈연, 학연, 지연 등의 의인주의는 여전히 각종 선거에서 부작용{부정 선거 등)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합리적 민주적인 정치문화의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사회는 부정직하다는 설문에 응답자의 약 60.1%가 이를 시인하고 있다.
둘째, 준법정신이나 법치주의는 말로는 선호하나 실제 행동에서는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다. 1987년 헌법의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의 부정행위처럼 ‘최순실 게이트’도 바로 여기에 속한다.
셋째, 평등의식에 관한 한국인의 성향은 강한 편이나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의 거의 절반은 한국사회에서는 노력을 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노동의 대가는 받아야한다는 평등의식에 대해서는 절대 다수가 찬성을 보이고 있다.
넷째, 관용성에 대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노태우 정부 이전 소위 권위주의 시대에는 응답자의 48.7%가 관용성향을 나타냈으나 한국의 민주화가 사회 각 방면에 부분적이나마 이룩된 노태우 정부 말인 1993년 초에는 응답자의 88.4%나 관용성을 보였다. 그러나 2008년 이후에는 관용성은 다시 감소되었다. 오늘의 한국도 박-최 게이트와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라는 내우외환 속에서 여야가 서로 조금씩 양보나 관용을 베풀고 머리를 맞대고 나라의 위기을 논의하는 관용의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섯째, 한국인의 권리의식은 198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 의식의 과다한 증가는 법질서까지도 무시하고 평화적 시위나 투쟁에서 폭력적 시위나 투쟁을 일삼는 경향을 보였으나 이번 2016년 11월 12일 이후 개최된 촛불집회의 내용은 정권타도를 요구하였으나 집회운영은 평화적이었다.
여섯째, 국민은 일반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신뢰하고 있으나 여야 정치인과 정부에 대해서는 불신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국민은 심지어 박정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은 한국사회에는 아직도 전통적/권위주의적인 요소들인 지연, 혈연과 학연 등 의인주의가 잔존하고 합리적/민주주의적인 요소들의 결핍으로 민주사회를 이룩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그 해법으로 초당적인 선진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할 때 드디어 한국은 정의로운 민주사화를 건설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전득주 숭실대 명예교수 및 한국 민주시민교육연구원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