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
이를 두고 야권은 물론 여권 비박 진영은 발끈했다. 2016년 4월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발언 아니냐는 것이었다. 새누리당의 한 비박 의원은 “자신의 뜻에 거스르는 사람들은 진실하지 않다는 말 아니냐. 유승민 학살로 대표되는 TK 물갈이론에 불을 지폈다. 20대 총선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진실한’이라는 표현을 한 것은 2015년 국무회의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박 대통령이 그리 자주 쓰는 단어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최순실 씨가 과거에 ‘진실한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끈다.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인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뒤 공천 내내 화제가 됐던 ‘진박’의 창시자가 최 씨일 수도 있음을 짐작케 한다.
최 씨의 전남편 정윤회 씨 지인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최 씨는) 마음에 드는 사람한테 ‘진실하다’라는 표현을 자주했다. ‘진실한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심지어는 물건에도 붙였다. 예를 들면 밥이 맛있으면 ‘진실한 밥~’이라고 하는 식이었다. 일상적인 말이 아니어서 기억을 하고 있다”고 귀띔하면서 “박 대통령이 아마 최 씨를 따라했거나, 최 씨가 총선을 앞두고 조언을 해줬을 것”이라고 했다. 최 씨가 박 대통령 연설문이나 국무회의 발언 등에 관여했다는 보도는 이를 뒷받침한다.
최 씨와 강남 일대에서 자주 어울렸던 한 50대 여성 역시 “최 씨가 총선 내내 진실한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어떤 후보는 진실한 사람이니 꼭 당선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최 씨가 예전에도 이런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끼리는 박 대통령이 최 씨를 흉내 낸다고 우스갯소리는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는 최 씨가 20대 총선 공천에도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도 맞물린다. 최 씨가 오래전부터 언급해왔던 ‘진실한 사람’을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꺼냈고, 이것이 공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과정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월 22일 “최 씨가 현역 비례 세 사람의 공천에 관여했다는 구체적 제보를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