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안전성 검증 요구’에 원자력연 “소통부족, 안전하다” 되풀이, 발전된 논의 부족
[대전=일요신문] 박하늘 기자 = 어느 때보다도 원자력 안전에 관심이 고조된 대전에서 지자체, 원자력 전문가, 시민이 참여한 대규모 ‘원자력안전’ 토론회가 열렸다.
지자체가 원자력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보인 첫 대토론회이기에 기대를 모았으나 그동안 지속해서 제기돼 온 주민과 원자력연구원의 입장만 재확인했을 뿐 속 시원한 답은 얻지 못했다.
더욱이 지자체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은 시민들의 질의시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자리를 떠나 시민이 느끼는 불안감과 답답함을 듣지 못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주는 경고에 반응한 대전시민들
25일 오후 2시 대전시청에서 열린 ‘원자력안전 시민대토론회’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시민 500여 명이 모여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권선택 대전시장을 비롯한 5개 구청장과 이상민 국회의원(더민주,대전유성을)도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일본 ‘후쿠시마 지원·사람과 문화 네트워크’ 군지 마유미(郡司 真弓) 사무국장,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용환 원자력재료기술개발단장, ‘원자력 안전과 미래’ 이정윤 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군지 마유미 사무국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피폐해진 지역민들의 삶과 원전사고가 주는 경고를 전했다.
원자력연 정용환 단장은 “후쿠시마 사고와 대전의 원자력 시설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반박하며 “후쿠시마 사고 현장에서도 ‘사용후핵연료’는 열을 낮추는 수조에 안전하게 보관돼 있었다. 또한, 일본은 6.0 이상의 고강도 지진이 잦은 지역”이라고 강조하며 후쿠시마 원전사고와의 비교를 경계했다.
대전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가 3.3t이 저장돼 있으며 원자력발전소는 없지만, 실험용 원자로인 ‘하나로’가 있다.
정용환 단장은 “사용후핵연료는 국제법과 원자력법에 따라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며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약속했듯 사용후핵연료는 조속히 원전에 반환될 것이며 중저준위 방사상폐기물은 빠른 경주 방폐장으로 옮겨질 것”이라며 시민들을 안심시켰다.
이정윤 대표는 외국의 개방적인 원자력 정보공개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의 제한된 정보접근성과 원자력에 대한 주민 감시권한 부족을 꼬집었다.
#지자체장 떠난 토론장…시민 “안전성 검증 필요”, 원자력연 “소통부족 할 뿐안전하다” 되풀이
패널들의 주제발표가 이어지는 사이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지자체장들과 국회의원은 토론장를 빠져나가 아쉬움을 남겼다.
질의시간에는 제한된 정보와 원자력연구원의 신뢰성 부족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원자력연구원은 충분히 안전하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유성구 갑동에 사는 한 주민은 “핵연료 안전성이 국제기준에 의해 철저히 관리된다면 주민이 추천한 전문가가 포함된 특별점검도 가능할 것”이라며 민·관·연이 함께하는 3자 검증을 요구했다.
이에 정 단장은 “3자 검증은 찬성하나 원자력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단순히 시민 위주로 생각하는 검증단은 문제를 키울 수 있다. 현재 시민단체, 지역주민, 시의회가 포함된 대전원자력안전협의회가 있다. 기존의 공식기구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라며 3자 검증에 대한 부정적 견해을 표했다.
또 다른 시민은 후쿠시마 원전 같은 최악의 상황에 달할 경우에 관해 물었다.
정 단장은 “이미 원자력연은 최악의 사고에 대비해 진도 6.5까지 견디는 콘크리트 방화벽과 비상급수시스템을 완비됐다”며 안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내년 7월로 예정된 파이로프로세싱 실험 문제도 불거졌다.
한 시민은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해 어떤 사람은 굉장히 위험한 실험이라고 주장한다”며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내년 파이로프로세싱 실험은 주민들의 동의 절차를 거친다고 했다.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진행되는 것 같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파이로프로세싱 실험을 맡은 원자력연 송기찬 핵연료주기기술개발본부장은 “실험에서 발생할 세슘, 가스 등을 포집해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지역주민 투표는 불가능 할 것이다. 규제기관과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검증단을 꾸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정윤 대표는 “주민이 안전문제의 주체인데 규제기관의 검증단 구성은 월권”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군지 마유미 사무국장은 맺음말에서 “30년전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터졌을 때 일본은 일본원전과 달라 안전하다고 했다”며 “한국도 마찬가지다. 유성의 연구시설과 후쿠시마 원전은 다르다. 그러나 1%의 위험성이 있다면 그 위험성을 어떻게 해결할지 다자간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nwa21@ilyods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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