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사실 기존의 ‘최순득 연예인 리스트’의 경우는 의혹이긴 했지만 그에 따른 정황도 어느 정도 제기된 상태였다. 최순득-장시호(최순득의 딸, 개명 전 장유진)-차은택으로 이어진 라인은 국내 굴지의 대형 연예기획사는 물론, 정부 산하 문화융성위원회에까지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큰 파문을 낳았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처음으로 제기했던 ‘최순득 연예인’ 리스트에는 연예인 축구단인 ‘회오리 축구단’ 소속 연예인들을 비롯해 가수 이승철, 싸이,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YG) 등이 거론됐다.
이승철과 싸이의 경우는 기존에 최순득이 실제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회오리 축구단’의 멤버이면서, 박근혜 정부 들어 “생뚱맞게 대한민국 대표 가수로 초대돼 국제행사에서 공연하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안 의원의 주장과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이에 이승철은 자신의 SNS와 공식 보도자료를 내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을 강조해 안 의원의 주장에 격렬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고, 싸이의 경우는 YG에서 나서서 “회오리 축구단에 싸이의 이름으로 가입됐다고 알려진 연예인은 비슷한 예명의 다른 연예인”이라고 해명했다.
YG의 경우는 대표 프로듀서인 양현석 씨가 직접 “최순득은 물론 차은택과의 연관성은 0%”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YG가 지난 2014년 9월 합병한 모델 에이전시 ‘케이플러스‘가 최순실 소유 미승빌딩에 위치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의 눈초리는 이어지고 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조카딸인 장시호 씨가 11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최 씨 일가의 ‘브레인’으로 알려진 장 씨는 어머니인 최순득 씨와 함께 연예계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이처럼 1차 ’최순득 연예인‘ 리스트는 최소한의 정황 상 의혹은 있었다. 그런데 최순득의 집안에서 운전기사로 일했던 남성의 증언에서 불거진 2차 최순득 연예인 리스트는 친분 이상의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지난 11월27일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은 1997년부터 1년 간 최 씨의 운전기사로 일한 A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순득 씨와 관련이 있었던 연예인들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들은 중견 탤런트이자 부부 사이인 N 씨와 K 씨, L 씨와 S 씨, 인기 라디오 DJ 2명 등이다. 이들은 최 씨가 김장하는 날에 맞춰 집을 방문한 뒤 최 씨에게 수백만 원 상당의 김장비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 외에도 최 씨의 골프 친구, 미용실 친구 등으로도 알려져 있는 상태다.
이 가운데 매스컴에 이름이 밝혀져 곤욕을 치른 연예인에는 오랜 기간 동안 라디오 DJ로 사랑을 받아온 강석 씨(64)가 있다. 최순득 씨와 동갑인 강 씨는 지난 11월 안민석 의원이 직접 “최순득이 관여한 단체”라고 언급했던 연예인 축구단 ‘회오리 축구단’의 단장으로 알려져 있어 최 씨와의 커넥션 의혹은 더욱 커졌다. 당초 ‘인기 라디오 DJ’로만 알려져 있었던 강 씨는 자신과 최 씨와의 친분 관계가 보도되자 인터넷 매체 <더팩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 씨와 아는 사이였던 것은 맞지만 이미 10여 년 전의 이야기”라며 “어떤 특혜를 받거나 대가를 주고받은 일은 전혀 없이 10여 년 전에 연락이 끊겼다”라고 강조했다.
그 외에 ‘최순득 연예인’으로 몰이당한 이니셜 N, K, L, S 씨 등은 사태와 관련해 “황당하고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리스트에는 없었지만 2013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속칭 ‘찌라시’를 통해서 ‘최순득 연예인’으로 낙인찍힌 일부 연예인들도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 연예인 관계자는 “리스트에 올랐다는 연예인들이 실제로 최 씨 자매로부터 이득을 받은 사실이 있었다면 당연히 문제 삼아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그런 사실은 밝혀지지도 않았고 설사 밝혀지더라도 수사를 통해 유무죄가 가려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그전에 이미 국정농단에 깊이 관여한 인물들과 친분을 쌓고, 이를 통해 이득을 봤다는 허위 주장이 기정사실처럼 인정되고 있는데 이로 인한 피해는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예계에 최순실·최순득 라인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던 더불어민주당의 안민석 의원은 사실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있는 한 연예인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일삼을 경우 (이름을) 공개하겠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최순실 인맥의 연예인 존재는 ‘최순실 게이트’에 있어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으므로 이 문제에 대해 당분간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 측 역시 “최순득 씨 운전기사의 인터뷰는 최 씨의 딸 장시호 씨의 연세대 부정입학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 연예인 이야기는 티끌에 불과하다. 연예인에 집중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