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11일 노무현 대통령은 남 전 사장이 친형인 노건평씨에게 찾아가 사장 연임을 청탁하며 돈을 건넸던 사실을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을 통해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이 기자회견을 시청한 직후 남 전 사장은 대우건설 법무팀장에게 전화 걸어 “내가 모두 짊어지고 가겠다. 한강 남단에 차를 세웠으니 가져가라”는 말만 남긴 채 한강에 투신자살했다.
추모집에는 노 대통령 등에 대한 원망과 비난이 곳곳에 배어있다. 서울대 동문인 하대홍씨는 “투신의 소식을 접했을 때 ‘그까짓 일에 생을 포기하다니!’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지 못하면서도, 그런 식으로 인격을 매도하는 권력자의 희롱에 분개의 도를 넘어 울분을 금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남 전 사장과 40년간 사제지간이었던 김경일 전 경기고 도서관장은 추모집에서 “당시의 보도에 의하면, 상국이가 개인의 영달을 위해 대통령의 형에게 돈으로 인사 청탁을 했으나, 그가 돈을 받아 챙긴 후 몇 개월 만에 일이 잘 안 되어 돈을 돌려받게 되었다”면서 “상국이를 잘 모르는 많은 사람은 이것을 믿을는지 모르지만, 나는 절대로 믿을 수 없다”는 심경을 피력했다.
홍성부 전 대우건설 회장은 “남상국 사후에 그의 집에 가 본 사람이나 검찰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남상국의 개인적인 재정 상태를 보면 사리사욕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확신하게 된다”고 밝혔다.
남 전 사장의 아들은 “아버지의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도록 지켜주시는 친구 분들이 계시다는 것, 그것은 저희에게도 아버지께도 분명 행복입니다”고 감사를 전했다. 추모집에는 고인이 그림 몇 점도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