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평가위원이 지난 7월 11일부터 4일간 경북 청송을 방문해 현장실사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청송군 제공
[청송=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경북도와 청송군이 야심차게 추진해 온 지질공원이 드디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권고 결정을 통보받았다.
이에 청송지질공원은 내 년 봄 개최되는 유네스코 이사회의 세계지질공원 인증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승인 될 예정이다. 이사회에서 영토분쟁이나 국제적 이슈 등 별다른 의견 제출이 없는 한 청송의 세계지질공원 인증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두 번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탄생하는 것이다. 내륙에서는 단연 최초 세계지질공원이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UNESCO Global Geopark)은 특별한 과학적 중요성, 희귀성 또는 아름다움을 지닌 지질현장으로서 지질학적 중요성 뿐 아니라 생태학적, 고고학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도 함께 지니고 있는 지역으로 보전, 교육 및 관광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자연공원법을 개정하면서 국가지질공원제도가 도입됐다. 최근까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지역은 울릉도·독도, 제주도, 부산, 청송, 강원평화, 무등산권, 한탄·임진강 등 7곳이 있으며, 경북 동해안, 강원 태백산고생대권역, 전북 변산반도, 전남 고창, 충남 단양 등 전국적으로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말 그대로 지질공원의 붐이 일고 있다. 기존 제도들(국립공원, 천연기념물 등)이 보존에 초점을 두고 엄격한 규제와 제약을 가지는 반면, 지질공원은 지속가능한 활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두기에 주민들의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주민이 발 벗고 나서 지질공원을 유치하려고까지 하기 때문이다.
다수 지방자치단체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원하고 있지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신청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다음 국가지질공원위원회에서 세계지질공원 신청지 심의에 통과하는 등 정식절차를 거쳐야 한다. 전세계 모든 국가에서 한번에 두 개까지만 세계지질공원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신청서 제출로부터 최종인증까지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되므로 신청지 선정은 매년 1곳 이하다. 엄격한 국가대표 선발전을 먼저 치르는 셈이다.
청송은 정세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치밀한 준비로 국가지질공원 인증부터 최초, 최단기간에 세계지질공원으로 도약했다. 제주도의 경우는 예외다. 제주도는 국가지질공원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2010년에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
세계지질공원은 지금까지 전세계 120곳이 인증돼 있으며, 이번 발표된 예비인증지인 대한민국 청송, 프랑스 Causses de Quercy, 이란 Qeshm Island, 스페인 Las Loras 등 6개국 10곳이 포함하면 내년에는 총 130곳이 된다.
청송의 세계지질공원 인증은 또다른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전까지는 세계지질공원이 유네스코에서 지원하는 협력프로그램이었지만, 지난해 11월 유네스코 정식프로그램으로 등록되면서 세계지질공원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지질유산의 국제적 가치 증명, 세계지질공원 프로그램을 위한 기여사항 등 가입조건 또한 좀 더 엄격해졌다.
청송은 지난 2011년부터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위해 학술조사를 실시해 지질명소들을 개발하면서 학술적 가치를 발굴했다. 또 세계지질공원 T/F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박차를 가해 2014년에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게 됐다. 지난해 11월 말, 새롭게 바뀐 서식에 의거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신청서와 부속서류를 모두 접수하면서 서면심사에 들어가게 됐고, 올해 7월 11일부터 14일간 두 명의 유네스코 평가위원이 청송을 방문해 현장실사(아래 사진)를 했다.
사진=청송군 제공
지질공원 현장실사에서는 지질관광과 교육, 관광인프라, 지역주민의 참여 등 모든 분야를 점검하지만 가장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은 단연 지질유산의 국제적 가치 증명이다.
청송의 주왕산국립공원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두꺼운 화산재층으로 구성돼 있고, 주왕계곡 지질탐방로는 노약자나 장애인들도 탐방할 수 있을 만큼 편의시설이 잘 조성된 명소로 경관까지 아름다워 평가위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청송백자 원료산지인 법수도석 지질명소는 지질과 역사, 문화가 융합돼 지질공원이 추구하는 컨셉트에 가장 매칭이 잘된 곳일 뿐 더러 세계에서도 10곳 미만의 지역 밖에 산출되지 않는 리튬-베어링 토수다이트(Li-bearing tosudite)란 광물이 발견돼 국제적 중요성도 뛰어난 지역이다.
특히, 많은 명소들 중 단연 최고는 바로 꽃돌로 불리는 청송 구과상 유문암이다. 꽃무늬를 보이는 암석인 구상암은 전세계적으로 약 100여군데 정도밖에 산출되지 않지만 꽃문양의 크기나 다양한 형태, 아름다운 색상 등은 청송에 비교할 것이 안된다. 평가위원들은 꽃돌을 관찰하면서 감탄을 연발하며 눈을 떼지 못했고,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만큼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질명소 뿐 아니라 지질공원 교육, 관광, 해설, 관광인프라들에서도 충분히 만족했으며, 지질공원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인식과 자발적인 참여도 평가위원들로 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평가위원들과 국내의 많은 지질공원 전문가들은 지질공원이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발전해 나가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말한다. 청송군은 향후 지질관광 활성화 계획까지 청사진을 그려놓았다.
청송의 대표 자원인 사과는 백악기 한반도 동남부를 크게 뒤흔들었던 화산활동으로 뿜어져나온 분출물들이 쌓여 굳어진 땅위에 재배된다. 토양에 포함된 다양한 성분들이 사과의 맛을 한층 더 올려주기에 ‘지질푸드(Geo-foods’란 지질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산악자전거, 산악마라톤 등 청송은 산악스포츠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다. 험준한 산악지형을 활용한 ‘지질액티비티(Geo-activity)’ 상품이다. 슬로시티 정신과 연계한 전통한옥 숙박체험은 청송지역의 지형과 기후에 의해 독특하게 발전한 건축방식과 선조들의 지혜를 옅볼 수 있는 ‘지질하우스(Geo-house)’다.
청송군은 청송지역 관광자원만의 특징을 부각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 발굴과 함께 지역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청송군의 미래발전 계획이다고 밝혔다. 어느 관광지에서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관광콘텐츠가 아닌 오직 청송만의 자원을 활용한 차별화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한동수 군수는 “기존의 스쳐가는 관광에서, 머무르며 먹고 힐링하는 체류형 관광청송을 위해 지역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관광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며, ”올해 말 당진-영덕 고속도로 개통, 내년 대명리조트 완공과 맞물려 대한민국 명품 관광도시로 거듭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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