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23일 중소기업희망선포식에 참석한 문국현 심대평 이인제 권영길 이명박 정동영 후보(왼쪽부터).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렇게 되면 이명박 후보의 1강 대 이회창 정동영 후보의 2중 그리고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후보의 3약의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니면 선거 막판에 범여권의 극적인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후보의 3파전도 예상된다. 역대 선거 사상 가장 복잡한 조합을 보이고 있는 이번 대선의 구도를 미리 살펴보았다.
1강 2중 3약 6자구도
이번 대선은 역대 유례없이 여야 모두 분열된 상태에서 치러지는 첫 대선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판세대로라면 1강(이명박 후보) 2중(이회창 정동영 후보) 3약(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후보)이 모두 대선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6자 구도에서는 어떤 후보가 유리하게 될까.
먼저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보수진영이나 범여권이나 마찬가지 입장이다. 하지만 그 성적표는 다르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즉 두 진영에서 후보단일화가 모두 실패한 상황은 그동안의 판도가 그대로 유지됨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6자 구도는 이명박 이회창 두 보수 후보의 우위를 더욱 확실하게 굳혀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치권에선 “누가 됐든 보수 후보가 17대 대선에서 당선될 것”이라는 ‘보수 대세론’이 여전히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대선을 20여 일 남겨 두고 있지만 보수 쪽에 선 표심 60%의 요지부동이 그것을 말해준다.
사실 범여권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출마해 보수가 분열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그것은 ‘느슨한’ 생각이었다. 보수 후보는 둘로 나눠졌지만 오히려 보수 지지층의 확대를 불러왔다. 보수는 범여권이 장악했던 영역마저 일부 침범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동영 후보에게 악재는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지지층이 서로 상대에게 실망을 하고 표심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그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정 후보의 지지율이 여전히 20%를 밑돌고 있는 것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명박 후보가 그동안 지지율 40~50%대를 유지하다가 이회창 전 총재 등장으로 일부 지지율이 떨어져나갔지만 이 전 총재도 20%대를 기록했다. 이 전 총재의 등장으로 이명박 후보는 일부 피해를 입고 있지만 보수 지지층의 확장을 불러왔다는 긍정적 해석도 나온다. 그래서 보수진영은 이명박 후보와 이 전 총재가 지지율 60~70%를 공유하면서 ‘보수 확장’의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밝히면서 “반면 범여권은 선두주자인 정동영 후보가 이 전 총재와 2위 다툼을 벌이는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런데 그런 ‘미미한’ 지지율마저도 문국현 이인제 후보와 나눠야 할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1강 2중 3약의 구도에서 이명박 후보가 가장 우세를 보일 것이 확실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범여권이나 보수진영 모두에 단일화의 여지는 남아있다. 보수진영의 경우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이회창 후보를 압도할 경우, 또는 반대로 각종 의혹으로 이명박 후보가 막바지로 몰릴 경우 단일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이 분열된 상황에서라면 누가 후보가 되든 범여권에게는 힘든 싸움이 될 전망이다.
보수진영이 단일화될 경우 범여권에게도 단일화의 압력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만약 범여권이나 보수진영 모두 단일화가 성사돼 1 대 1의 싸움이 된다면 선거정국은 ‘진보 대 보수’ ‘부패 대 반부패’의 구도로 재편돼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 이회창 후보 | ||
범여권에서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로 보는 구도는 3자 대결 구도다. 만약 정동영 후보가 연합 정부 구성 등의 돌파구를 통해 선거 막판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이루어낸다면 상정해볼 수 있는 카드다. 정치권이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선거 구도가 3(이명박)대 3(이회창)대 4(범여 후보)로 정립될 때 극적으로 범여 후보가 승리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1987년 대선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당시 김영삼 김대중 후보의 단일화 실패로 결국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30%대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어부지리 당선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노 후보가 양김 씨에 비해 그리 강한 주자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현재의 정동영 후보와 비교된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이에 대해 “진보세력 30%가 하나로 뭉쳐 대표주자를 내놓는다면 그런 기회를 엿볼 수는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 씨도 “검찰이 BBK 의혹에 대한 브리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일시적으로 3자 대결 구도로 갈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이 후보의 낙마 가능성에 따른 범여권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이 커질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MB-창-문 3자구도
그런데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3자 대결 구도의 아킬레스건은 문국현 후보다. 그는 정동영 후보의 후보 단일화 제의를 일축하면서 오히려 정 후보에게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자신이 결국 범여권의 단일 후보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정 후보는 국정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될 사람이지 연대나 단일화의 대상은 아니라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총선 지분과 연합 정부 등에서의 지분을 확보하면 참여정부와 무관한 문 후보를 후보로 내세우고 자신은 당권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후보가 최근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뒤 긴급 기자회견을 계획했다가 갑자기 취소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정 후보 사퇴설이 흘러나왔다는 점에서 이 카드도 무리한 해석은 아니다. 물론 정 후보 측은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유권자들은 정동영 후보를 노무현 정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적 공동체로 보고 있다. 그는 참여정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만약 이명박 후보가 후보 등록 뒤 BBK로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린다고 하더라도 참여정부 책임론 때문에 그 지지층이 정 후보 지지로 가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실체가 드러나고, 범여권의 무능에 대한 분노가 새로운 정치세력의 결집으로 연결되고 그 연장선상에서 문 후보로 단일화가 된다면 이명박 후보에게 가 있는 반 여권표가 BBK와 맞물려 문 후보 쪽으로 가는 흐름이 형성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지난 1992년 국민당 정주영 후보의 예에서 보듯이 정치 신인이 혜성처럼 등장해 권력을 쟁취했던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비관적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히려 “호남이란 지역적 기반과 범여권의 적자격인 정동영 후보로 단일화되면서 문국현 후보가 새로움을 더해준다면 해볼 여지가 있다”라는 평가가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대선 구도에서 문국현 후보와 함께 이인제 민주당 후보의 행보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에서는 이인제 후보의 독자 출마 및 완주 의지가 워낙 강해 3자 간 후보 연대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정-문 후보 간 연대 가능성에 주목한다.
MB-창-(정+문) -이인제
이인제 후보가 내년 총선을 겨냥해 끝까지 완주할 경우 정동영 후보로서는 문국현 후보만이라도 붙잡아둘 필요가 있다. 현재 문 후보 측은 정 후보와의 단일화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지만 그것은 정 후보로부터 보다 많은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신경전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 양측은 연정을 위해 정책 코드를 맞출 수 있는지 여부를 물밑에서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4자 구도도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을 꺾기엔 역부족이고 단지 내년 총선을 대비한 정계개편의 성격이 짙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구도 가운데 3자 혹은 4자 대결 가능성이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 핵심에는 이회창 후보가 있다. 그는 선거 유세차 100여대를 준비하는 등 일찌감치 ‘먼 길’을 갈 행장을 꾸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회창 후보의 완주 의지도 상당히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고집을 꺾지 않는 한 이번 대선은 3자 대결 이상의 구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