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일 현대중공업 유관홍 사장이 급작스럽게 물러난 것.
상장기업들의 대표이사급 전문경영인의 인사는 정기주총이 임박한 연초나 3월을 전후해서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이런 연중 수시 교체는 재계에선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 스타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예외적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오너인 정몽준 의원이 정몽구 회장의 동생이라는 점이다.
공통유전자를 보유한 형제끼리 ‘인사 유전자’도 공유한 게 아니냐는 우스개가 나오고 있는 것. 실제로 지난 2~3년간 현대중공업의 인사는 연중 수시 인사를 하는 현대차를 능가할 정도다.
‘깜짝 사퇴’한 유 전 사장 역시 지난 2004년 3월 ‘깜짝 발탁’됐던 인물. 당시 현대미포조선 사장이던 유 전 사장이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왔고, 당시 현대중공업 최길선 사장이 현대미포조선으로 가 두 사람이 자리를 맞바꿨다. 지난 6월에는 이연재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이 현대중공업 해양 플랜트 사업부 사장을 겸임하는 이례적인 인사가 있었다. 또 지난 99년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되는 시점을 전후해 김형벽 사장부터 유 전 사장까지 네명이나 갈렸다.
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 이후 정몽준 의원의 관할로 굳어졌다. 물론 정 의원은 현대중공업 고문직에서도 물러나 현대중공업에 어떤 직함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재계에선 그가 현대중공업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때문에 잦은 현대중공업의 사장 경질이 정 의원의 독특한 ‘취향’내지 리더십으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