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은 28일 새벽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문 전 장관을 긴급 체포했다. 전날(27일) 까지만해도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았던 문 전 장관은 하루 만에 녹색 수의를 입은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수사를 받게 됐다.
사진=긴급체포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2016.12.28 연합뉴스
문 전 장관은 합병 당시인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 장관 신분이었다. 그는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에게 전화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할 것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따라서 증거인멸 등의 이유로 문 전 장관의 신변을 확보한 특검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검이 문 전 장관을 상대로 국민연금공단-삼성-청와대로 이어지는 검은 연결고리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전 장관의 긴급체포 소식을 접한 야권이 정부와 삼성을 향해 집중 포화를 날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문형표 전 장관의 긴급 체포에 대해 언급하며 “삼성의 승계구도를 결정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있어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이 반대를 무릅쓰고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삼성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이유는 이제 단 하나로 귀결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후일 도모가 그 이유이며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문형표 전 장관의 긴급체포가 삼성-국민연금-청와대 정경유착 혐의를 풀어갈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순실, 정유라에 대한 삼성의 전폭적인 특혜, 뇌물 제공 배경에는 이재용 삼성부회장의 그룹승계와 관련된 국민연금의 납득할 수 없는 찬성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라면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부역자들은 하나같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특검이 의지를 가지고 엄정히 수사를 진행한다면 이들의 범죄사실을 밝혀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수사의 칼날은 범죄의 몸통을 겨눠야 한다. 문형표 전 장관은 시키는 대로 움직인 손발에 불과하다”면서 “결과적으로 편취한 이득의 규모로 보자면 주범은 삼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문회에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호통 몇 번 들었다고 뇌물죄와 위증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