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선종 연구원은 검찰 조사에서 ‘황 교수가 지난해 12월 11일 연락을 해와 정부와 타협해서 6개월간 시간을 벌 테니 빨리 귀국해서 줄기세포를 다시 만들라고 종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연구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즈음 서울대가 조사위를 가동하는 등 압박이 심해지자 다급해진 황 교수가 정부측과 모종의 협상에 나섰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한나라당에서는 바로 이 부분에 방점을 찍고 줄기세포 조작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해 관련 국가기관들도 사실 관계를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당발’이라 불릴 만큼 두터운 인맥을 지닌 황 교수가 다양한 채널로 여권에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황 교수의 개인 운전원 역할을 했던 국정원 요원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가 1년 넘게 황 교수를 지근 거리에서 ‘보좌’했기에 이번 사건의 진상을 누구보다도 자세하게 알 수 있으며 황 교수의 대정부 접촉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의 국정원 직원이 황우석 교수팀에 처음 합류하게 된 것은 지난 2004년 9월께로 전해진다. 그 때는 경찰청도 황 교수를 ‘요인보호 대상자’로 지정해 신변경호를 맡고 있던 시기였다.
국정원은 국가 중요 기술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황 교수의 신변 경호를 겸해 운전원 1명을 파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지난해 말 황 교수팀이 피츠버그대 김선종 연구원에게 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 운전원이 개입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정원이 황 교수 사건에 깊이 개입되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온 바 있다.
당시 국정원측은 이 같은 언론 보도에 대해 “운전원으로 파견된 직원이 연구소 쪽의 지시를 받아 안규리 교수 등에게 비행기 티켓과 봉투 하나를 전달하는 심부름을 했다”면서도 “김 연구원 등에게 줄 돈을 황 교수측에서 받아 전달한 단순한 심부름이었을 뿐이다”고 뒤늦게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경호를 위해 파견된 국정원 직원이 단순 심부름에 쉽게 동원됐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 운전원은 2006년 1월 국정원이 파견 철회를 할 때까지 약 16개월 동안 황 교수 주변을 지켰던 것으로 알려진다. 국정원은 과학기술부가 황 교수에 대한 ‘최고과학자’ 지위를 철회하기로 결정할 즈음 이 직원의 파견을 철회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황 교수 운전원은 황 교수 신변 경호뿐 아니라 기술 유출 보안에 대한 ‘업무보고’까지 했다고 한다면 이번 사건의 진상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수도 있다. 특히 논란의 와중에 황 교수가 자주 접촉했던 인사들에 대한 정보도 훤히 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