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전 총리(왼쪽), 정동영 의장 | ||
정 의장은 지난 16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총리와는 대학 동기동창으로 유신시대에 함께 대학을 다녔고 학생운동 출신 모임에서 30년간 우정을 나눈 사이”라면서 “인간적으로 괴로운 부분이 있고 그건 누구도 선뜻 마시려 하지 않은 쓴 잔”이라고 골프 파문 수습 과정에서의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정 의장과 이 전 총리 두 사람은 서울대 72학번으로 대학 시절 유신 반대운동에 함께 참여했다. 정 의장은 “대학 때 이해찬을 쫓아다니다가 감옥에 갔다”고 둘 사이의 남다른 인연을 밝히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정 의장이 방송기자로, 이 전 총리는 재야운동가로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학생운동 출신 서울대 문리대 72학번 동기모임인 ‘마당’을 통해 인연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 전 총리는 지난 96년 총선 때 ‘마당’ 멤버였던 MBC 간판 앵커 ‘정동영 기자’를 설득해 정계에 입문시켰다.
이렇던 두 사람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DJ 정권 중반기 때부터. 2000년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던 정 의장이 ‘정풍운동’을 주도하며 권노갑 최고위원 등 동교동계의 2선 퇴진을 요구했지만 이 전 총리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그는 “오랫동안 민주화에 헌신한 권 최고위원에게 정동영 최고위원이 사과하는 것이 맞다”며 권 최고위원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에도 정 의장은 “대통령 측근들에게 인간적인 미안함이 들지만 정부·여당이 잘못되면 모두가 죽는다”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도 둘의 걸음은 ‘실용’과 ‘개혁’ 사이에서 엇갈렸다. 그후 지금까지 각자의 길을 걸어왔지만 이는 방법론상의 차이일 뿐 여전히 두 사람이 ‘친구’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여권에서는 정 의장을 정계로 입문시킨 이 전 총리가 정 의장에 의해 총리직에서 물러난 것을 아이러니로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정 의장 측의 한 관계자는 “두 분은 여전히 친구사이다”라며 “이 총리가 심신을 정리하고 조만간 만나 함께 소주 한잔 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