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임상교수
[대전=일요신문] 육심무 기자 = 새해를 맞아 신년 계획과 실천 결심을 하고 친지들에 대한 인사를 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가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 것이라는 격언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실천이 녹녹치 않은 것도 현실이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살 처분된 닭과 오리 등 가금류 가 3000만 마리를 넘어섰고 A형 독감이 만연함에 따라 SNS등에는 AI와 A형 독감의 결합으로 인한 대형 인명 피해 가능성을 주장하는 이들도 등장했고,
재빠른 상술을 발휘해 면역력을 강화하는 ‘명약’이라는 입증되지 않은 건강식품들을 파는 행위도 늘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인해 대전지역 주민들의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우려는 다른 지역 주민들에 비해 높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임상 교수에게 들어봤다.
- 먼저 면역력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시지요.
“면역력은 나라를 예로 들어 쉬운말로 하면 군인이자 군대입니다.
군대는 해군도 있고 육군, 공군도 있듯이 우리 건강의 적인 세균은 피부를 통해서도 호흡기, 소화기를 통해서도 쳐들어 오기 때문에 그 곳에 면역력이라는 군대가 가 있어야 하는 거죠.
군대가 강하면 적이 침입할 수 없는 것처럼 면역시스템이 건강한 사람은 아무리 많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우리 주위를 떠돌고 있더라도 질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늘 감기를 달고 골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독감이 심하게 유행해도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 있는 것은 바로 면역체계의 견고함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군대가 적이 오면 즉각 반응하듯이 우리 몸의 면역체계도 병균의 침입에 정확히 반응하도록 잘 발달돼 있습니다. 군대가 망가지면 나라가 망하듯이 면역력이 잘 조절되지 않은면 몸이 망하는 것, 즉 죽을 수도 있지요.”
- 면역력은 몸을 지키는 군대라는 말씀이죠.
“예. 면역은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자산이자 최고의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선을 지키듯 면역력이 깨지면 안되니까 깨지지 않도록 잘 조절해야합니다.
군대가 반란을 일으켜 나라를 망하게 하듯이 류마치스 관절염이나 루푸스 같은 질병은 면역력이 몸을 공격하는 사례입니다.”
- 면역력을 강화한다고 선전하는 식품도 많은데 정말 효과가 있나요?
“면역력 강화에 좋다는 홍삼 같은 식품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요.
홍삼과 인삼 등에 있는 사포닌에는 항암효과와 항염증효과, 항바이러스 효과 등이 있지만 이것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정상적인 식사입니다. 균형 잡히고, 정확하고 제때에 맞는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영양의 균형은 면역력 증감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편식하지 않는 균형 잡힌 식사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아야하는데 지방세포가 비대해지면 세포 내에서 염증이 일어나고, 이 염증 반응 때문에 면역 물질이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오한진 교수
- 교수님은 평소 스트레스 해소를 강조하시는데.
“즐겁고 행복한 것이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상처 회복도 느리고, 면역지표 중 하나인 백혈구의 기능도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스트레스를 없앨 방법은 없지만 이겨낼 수는 있습니다. 즐거워질 수 있는 길은 칭찬을 자주 들어야 합니다.
현대인은 행복은 돈에서 올 거라고, 돈에 너무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마음이 그쪽에 너무 많이 가 있죠. 행복은 주관적이며 큰 행복은 없습니다.
언젠가 파랑새를 잡을 거라며 작은 즐거움, 진짜 행복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진짜 행복을 잡으려면 몸을 최대한 이용하고, 즐거울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찾아 놔야합니다.
악기가 재미있으면 연주를, 그림도 그리고, 사람과 수다를 떠는 것이나 먹는 것이 좋으며 그럴 사람을 찾아야겠지요.
세월호 사건 당시 팽목항에 모인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는데 일조한 것이 뜨개질이었다고 합니다. 예상보다 어마어마한 양을 떴는데, 잊으려고 괴로워하는 것에서 벗어나려고 집중한 때문입니다.
진종오 선수가 5점을 쏜 뒤에 우승한 것도 발가락을 움직이는 등 다른 쪽에 집중해 안 맞으면 어떻하나 하는 걱정을 줄였기 때문이랍니다.
한마디로 오감만족의 작은 행복이 면역력을 높이는 최고의 수단입니다. “
- 다른 요소들은?
“군대를 잘먹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재우는 것이 필요하듯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밤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거나 밤낮을 바꿔 생활하는 기간이 오래 지속되면 신체리듬이 깨지고, 면역력이 감소되며 불면은 만성피로를 일으키고, 누적된 만성피로는 치료도 쉽지 않을 뿐더러 면역력과 체력을 저하시켜 다양한 질환에 노출될 확률도 높아지게 됩니다.
아울러 황사 등 맞물리며 면역력이 쉽게 약해질 수 있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개인위생을 비롯한 주변 환경의 청결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잘먹이고 잘재우고 환경이 깨끗한 곳에 있지만 운동을 하지 않은 군대가 강할 수 있을까요? 운동은 면역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가벼운 운동은 깊은 호흡과 긴장 이완을 통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자율신경 중 하나인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시키며, 부교감 신경은 면역계를 자극합니다.
또 면역 세포와 림프액의 흐름을 활발하게 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병원균의 침입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백혈구 수의 증가를 돕습니다.
- AI와 A형독감으로 위험한 인플루엔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현재 AI는 사람한테 전염이 안되는 거로 되있잖아요. 인수공통 전염병이 아직은 아니니까 사람한테 온다고 하는 것은 애들말로 오바죠.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감나 조류독감 바이러스라는 게 추울 때 활동력이 세지니까 추울 때 퍼지고 온도가 오르면 약해집니다. 독감은 추울 때 퍼지고 나서 집단 생활하는 아이들한테 가서 계속 재확산이 된거죠. 지금은 주춤하잖아요.
가금류 매몰작업을 하는 분들에게 타미플루를 처빙하는 것은 바이러스 약이 나와 있는 것은 없다보니까 예방차원에서 비슷한 형태의 독감치료약을 먹이고 있는 것이죠.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오한진 교수는 충남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연세대학교의료원 가정의학과 전공의를 수료해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대전선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을지의과대학교 가정의학과 조교수 겸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부교수 관동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 비에비스 나무병원 노화방지센터 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재)녹색재단 상임대표 한국여성건강 및 (재)골다공증재단 등기이사 대한비만건강학회 회장 대한임상영양의학과 회장 대한탈모학회 회장 식품의약품안전청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영양조사 제 5기 조정자문위원 및 골,관절 건강관리 가이드라인 제정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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