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충북옥천군 재무과장
[옥천=일요신문] 육심무 기자 = 정유년 새해 첫머리는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으로 인한 대통령 탄핵 정국이 병신년에서부터 이어지고 있고, 조기 대선의 열기로 인해 민중의 감정을 원초적으로 자극하는 선동과 비상적적인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등 심리적인 피로감이 어느 해 보다도 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만을 우선하겠다는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과 북한의 핵미사일 불장난에 사드 배치를 핑계로 덩치 값 못하는 중국의 몽니, 일본의 깐죽거림까지 ‘욱’ 하고 성질낼 일이 많을 것 같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화를 삭이는 법과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 등이 연초부터 방송가와 SNS 등에서 자주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이런 사회 분위기 탓일 것이다.
오는 설 연휴에 시골 고향집을 찾거나 성묘, 혹은 스키장 등 여행지에서 작은 나무토막 하나 주어와 서각으로 마음을 다스려 봄을 어떨까?
충청의 저명 서각가로 올해 국전 초대작가로 등극하고 지역 공직자 최고의 영예인 모범공무원상(국무총리표창)을 받은 김동엽 옥천군 재무과장에게 서각을 통한 수양과 힐링에 대해 들어본다.
- 먼저 서각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주시지요.
“서각은 원시시대 벽화와 고대 갑골문자에서 기원한다는 설이 있을 만큼 인류와 오랫동안 함께한 예술이며,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등 고대 문명 유적지에서 출토되는 점토판 까지 범위를 한정하기가 쉽지 않을 만큼 어쩌면 가장 원시적이면서 근원적인 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대 우리 문화재 중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세계최고의 현존 목판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팔만대장경 등이 전통서각의 표본으로, 우리 전통서각은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창적이고 예술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나무를 깍아 보기 좋은 글이나 그림을 새기는 것입니다. 양각과 음각, 음평각 화각 등 새기는 방법 등에 따라 여러 명칭이 있지만 하다보면 저절로 알아지는 것이니 우선 무조건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서각의 장점은?
“입문이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고 단기간에 자신의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선물까지 할 수 있습니다.
칼과, 망치, 도구와 손을 쓰는 작업으로써 정신을 집중 할 수 있어, 자신의 작품 수행을 통해 진정한 만족과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종소리는 속이 비어야하듯, 나무도 자신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야 비로소 아름다운 예술품이 됩니다.
즉 나를 비움으로써 참 나를 얻는 수행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흔히들 말하기를 죽은나무에 그림과 글씨로 혼을 불어 넣는 것이 서각이라고 하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서각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서각도를 다루는데 조금 주의를 기울여야하지만 일상 생활 수준을 넘어서는 위험은 없습니다. “
-서각을 시작하게된 동기와 서각에 필요한 도구는.
“준비할 서각 도구는 단순히는 아무 나무토막과 조각도가 아니라도 새길 칼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입문단계에서 서각도2~3개정도와 평끌 크기별로 4개정도, 작은 쇠망치와 중간 쇠망치 및 나무망치, 클램프, 거친 숫돌과 고운숫돌(1000번)ㅇ정도 준비하시면 좋습니다.
물론 붓(아크릴붓, 락카붓)과 포스트 물감 또는 아크릴 물감,락카(유광, 무광), 신나, 사포, 딱풀 등이 차츰 필요해 집니다.
당연이 송판(대패질이된 것)이 있어야하고, 새길 그림이나 글씨 원형이 있어야겠지요.
서각공구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10만원 내외면 낱개 또는 세트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락카, 신나, 붓은 페인트 판매점에서 나머지 딱풀, 사포, 물감은 문방구에서 구입하시면 됩니다.
제가 서각을 시작한 것은 젊은 날부터 시를 쓰고 서예를 하면서 무엇인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을 채우고 싶었고, 급한 성격에 번뇌와 망상으로 채워진 늘 무거운 마음을 비워 보고자 했습니다.
혼자서 취미 삼아 서각을 하다가 1993년 동천 송인선 선생님을 만나 서각을 배우면서 서각의 매력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고 당시에는 퇴근하면 연탄창고에 틀어 박혀 나무를 파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 때문에 붓과 망치와 서각도로 작품에 20여년을 매달려 보니까 서각을 통해 버려야 채울 수 있다는 작은 지혜를 조금 엿본 것 같습니다.“
서각에 필요한 도구와 재료
- 도구를 준비한 후에는?
“먼저 대패질이 말끔하게 된 송판에다 본인이 파보고 싶은 글씨나 그림을 붙이고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립니다.
원고가 완전히 말랐으면 붓글씨 쓰는 획순으로 파내면 되며, 나무의 결에 따라 굳이 순서에 따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글씨와 그림을 남기고 나무판을 깍아내는 음각은 서각을 하기 전에 락카를 충분히 칠한 후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각이 완료되었으면 젖은 수건으로 원고에 물을 묻힌 다음 원고를 제거하고, 송판에 묻은 풀을 닦아낸 후 물기를 말린 다음 물감을 넣고 닦아내고 고리를 만들고 걸면 서각작품이 완성됩니다.
검은색 물감을 넣은 경우 글씨 들어간 부분에 칠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서각으로 수상도 많이 했을텐데요.
“서각의 국전격인 대한민국서각대전에서 2004년 제 1회부터 2016년까지 13회까지 빠지지 않고 입상했고, 2010년에는 대한민국서각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대전시 미술대전에서 서각부분 특선으로, 6번 출품 끝에 입선2회, 특선4회 로 초대작가 자격을 갖췄으며 제13회 대한민국 서각대전에서 특선으로 초대작가증을 받았습니다.
다른 분야는 2002년 제12회 공무원미술대전에서 서예부문 행정자치부 장관상, 제15회 공무원미술대전 공예부문 동상, 한맥문학 신인상(시부문), 충북공무원문예대전 시조부문 차하, 시조문학 신인상 등을 받기도 했습니다.“
- 지난해 옥천군 최고 모범공무원으로 선정돼 올해 초 대통령상을 받아야하는데 대통령 탄핵으로 국무총리 표창으로 바뀌었다면서요?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상장은 내달 조회에서 전수될 예정이랍니다.
지방세 및 세외수입 담당공무원에게 지방세 관련 교육을 시켜 직원들의 업무 수행능력 향상시키고, 긴급입찰과 선금지급 확대, 업무추진비 공개 범위 확대, 공정한 수의계약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이는 모두 직원들의 공로라고 생각합니다.
친절한 세무 상담으로 민원 만족도를 높였다고 평가 받은 점이 보람 있고, 아마 2008년 공무원 26명이 합심해 ‘맞두레’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매월 요양원등에서 봉사활동을 한 것과 모범 납세자들에게 가훈을 선물한 것이 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 서각의 추세와 향후 계획은?
“최근에는 나무에 먹을 입히는 수준의 전통서각에서 재료도 아크릴 등 기존에는 없던 현대서각분야로 확대되고, 색조와 기법 등이 무척 화려하고 다양해져 세태를 따라가기도 숨찰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서각은 마음을 다스리는데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인 만큼 서각의 대중화를 위해 힘을 쏟을 생각이며, 이를 위해 각종 현판과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협력하고 있습니다.
여름 방학을 이용해 어린이들에게 서각을 지도한 적이 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워 지역의 예술인들과 협력해 교육을 늘려보고자 합니다. “
smouk@ilyods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