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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이상득 국회 부의장, 최시중 전 선대위 고문, 박희태 의원, 김덕룡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 ||
원로그룹 4인방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인사는 당연히 이명박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다. 그는 대선 승리의 1등 공신임에도 최근 한나라당 내부에서 공천 물갈이론이 확산되자 가장 먼저 세대교체 ‘대상자’로 지목되는 불운을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남 물갈이’의 대전제는 바로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총선 불출마라는 극단적 표현도 하고 있다.
특히 친박그룹에서는 “이상득 부의장의 경우 5선에다가 나이도 72세로 당내 최고령이다. 또 지역도 영남(포항남구·울릉) 아닌가. 영남에서 그렇게나 물갈이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면 가장 먼저 이 부의장부터 공천을 주지 말아야 한다”라며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물론 이런 주장은 친박그룹이 영남 물갈이론을 주장하는 친이그룹의 주장에 대응하기 위한 논리일 수 있다. 하지만 친이그룹 일부에서도 “만약 이상득 부의장에게 공천을 주면서, 다른 비슷한 영남 중진 의원들을 퇴출시킨다면 박근혜계는 물론 국민들도 납득시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부의장 측은 자신의 거취가 마치 한나라당 개혁 공천의 바로미터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 곤혹스런 표정이다. 하지만 이 부의장 측은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진작부터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이 부의장 측은 “앞으로 당내에서 더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자신감에는 이명박 당선인으로부터 일찌감치 총선 출마 ‘용인’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그가 일본 특사로 임명돼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하는 것을 두고 “당내 입지가 더욱 강화되었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부의장 측은 총선에 다시 출마해 몇 가지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먼저 당권 경쟁의 중재자 역할을 할 사람은 이 부의장밖에 없다는 주장을 한다. 한 측근은 이에 대해 “앞으로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의원 간에 치열한 대권 경쟁이 있을 것이다. 이 당선인이 행정부로 들어가면 당을 견제할 장치가 마땅치 않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이 당권을 확실히 장악할 경우 당내에서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에 대해 이 부의장밖에 견제를 할 사람이 없다”라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 당선인이 이 부의장에게 재계와 이명박 정부 간의 ‘핫라인’ 역할을 맡겼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실 이 당선인은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의도 정치에 생소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 부의장은 코오롱 기업 출신에 5선 경력이 있다. 이를 통해 이 부의장은 한나라당 내에서 재계 총수들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야 하는 이명박 정부로부터 계속 중용될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이 부의장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과거 대통령 친인척들이 비리에 연루되는 등 문제가 많이 발생했는데 이는 친인척들이 제도권 밖에 있으면서 언론 등의 감시감독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평의원으로 공적 위치에 있는 것이 오히려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의장이 당내 물갈이의 상징적인 대상이 된 이상 그가 총선에 출마할 경우 어떤 명분을 내세울지가 고민거리로 남아있다.
최시중 전 선대위 고문도 여전히 실세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그는 총리 인선과 관련해 이상득 부의장과 함께 박근혜 전 대표 지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이 당선인이 실무형 총리로 마음을 잡았지만 최 전 고문이 계속 박 전 대표 카드를 주장하고 있어 갈등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당선인 측에서도 “최 전 고문이 새 정부에서 뭔가 중요한 일을 맡지 않겠느냐”라고 말한다. 이 당선인이 대선에 승리한 뒤 곧바로 국정원장 물망에 올라 그의 영향력을 짐작케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은 “대통령 당선인에게 부담을 주는 어떤 자리도 가지 않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최 전 고문을 잘 아는 한 측근은 그에 대해 “최 전 고문은 동아일보 부국장을 거쳐 한국갤럽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3억 연봉도 마다하고 이 후보 돕기에 나선 것으로 안다. 사적으로 최 전 고문에게 이 후보는 서울대 동기(이상득 부의장)의 동생이 된다. 급할 때 후보에게 ‘명박아, 그게 아니고…’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측근이다. 사석에서 최 전 고문은 ‘이명박 대통령 만든 뒤 1년간 세계일주나 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사심이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당선인의 또 다른 최측근으로 부상한 박희태 의원은 차기 국회의장으로 거론된다. 박 의원과 친분이 있는 한 의원은 “13대에 국회 입성에 성공한 5선 의원이 달리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17대 국회에서 여당에 밀려 국회 부의장을 한 점을 늘 아쉬워하셨다”라고 말하는 점을 놓고 보면 국회의장에 강한 미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방호 사무총장이 영남권 40% 물갈이론을 주장하고 있어 그 대상의 1순위에 올라 있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5선인 김덕룡 의원은 서울대 문리대 학생회장으로 64년 대일 굴욕외교를 반대하는 학생운동인 ‘6·3운동’을 주도하면서 당시 고려대 학생이었던 이 당선인과 인연을 맺은 측근이다. 김 의원은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당 수장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한나라당 부총재와 원내대표 등이 전부였다. 그는 부인의 공천 관련 추문에 휩싸여 정계은퇴 직전까지 갔다가 이 당선인 캠프에 합류해 재기에 극적으로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그도 박희태 의원처럼 국회의장에 관심이 있어 두 사람이 국회 넘버원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원로그룹 4인방이 앞으로도 여전히 이 당선인에게 일정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국회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이에 대해 “그들의 ‘롤’(역할)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성공으로 끝이 났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이 당선인 주변은 그가 경제 살리기를 표방하면서 점차 전문가그룹과 테크노크라트들로 채워질 것이다. 원로그룹의 역할은 새로운 권력이 일방적으로 독주하지 않도록 적당한 견제구를 날리는 정도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