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보수인물로 손꼽히는 정형근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아군 진영이랄 수 있는 보수세력으로부터 계란 세례를 맞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향군회관을 방문해 재향군인회 원로자문위 회의에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비전’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하기 위한 길에 당한 봉변이었다. 이날 라이트코리아,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대한민국 병장연합회 등 6개 보수단체 관계자 20여 명은 정 최고위원이 현관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대북정책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계란을 던졌다. 한나라당 새 대북정책의 주요 내용은 북핵 불용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북한의 개혁·개방을 통한 남북의 상생공영과 동북아 평화번영 토대 구축 및 적극적 사회문화 교류를 통한 민족동질성 회복 등이다. 이러한 정책을 한나라당 내에서도 강경 보수로 분류되던 정형근 위원이 제안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파장이 일었고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의 반발을 부르게 된 것.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대공 전선에서 헌신했던 한 사람으로서, 내가 변절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정책을 입안한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비전 정책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측은 강경하게 반대투쟁을 이어갈 것임을 알렸다. “한반도 평화비전정책은 햇볕정책에 다름 아니다. 새로운 대북 정책이 채택되면 열린우리당이랑 다른 게 무엇인가. 그러한 정책이 입안되는 것은 한나라당의 기조가 흔들리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로부터도 지적을 받았으며 이회창 전 대표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