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오는 20일부터 제주를 시작으로 순회경선을 치르기로 했다가 인천으로 지역을 변경한 것을 두고 이들 네 명의 후보들은 “특정후보 돕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순형 의원에 비해 ‘조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하는 이인제 의원과 함께 김민석 전 의원은 “최근 역대 선거에서 대세론이 진정한 승리를 얻은 적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타 주자들은 당 지도부가 조순형 후보가 제주에서 1위를 하지 못할 경우 경선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일정을 변경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더 이상의 일정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어서 조순형 후보와 타 후보들 간의 경쟁심은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민석 전 의원은 “당 전체를 살려야 한다는 대의를 위해 수용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으나 한 때 ‘경선 불참’까지 시사했었다.
DJ와의 관계 설정 문제도 조 의원으로선 고민되는 부분이다. 조 의원은 근래 ‘훈수정치’를 하고 있는 DJ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원칙 있는 이미지를 지켜왔다. 하지만 민주당 내 김민석 전 의원 등 타 주자들은 잇따라 DJ를 예방하며 DJ의 영향력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오히려 조 의원의 ‘소신’이 코너로 몰리는 양상으로 보이고 있는 면도 있다. 또한 예비경선 이후 통합신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조금씩 상승국면을 보이고 있는 상황도 조 의원의 고민을 깊게 하는 점이다.
민주당의 당세는 열악해졌으나 다음달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각각 선출된 이후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조 의원 역할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과연 조순형 의원이 명분 있는 정치소신을 지키면서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을까.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