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 일각에서는 기금 출연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금껏 재벌 계열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증여는 상속·증여세 없이 최대주주의 경영권승계에 활용돼 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금배당은 ‘쥐꼬리만큼’ 하고 주식이 올라도 경영권과 직결되는 주식이라 팔수도 없는 구조라는 게 시민단체의 비판이었다.
일단 이번 증여로 정 회장의 글로비스 지분은 25.66%로 줄었지만 해비치재단이 특수관계인으로 포함되면서 정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지분율은 80%로 변동이 없었다. 글로비스 및 관계회사에 대한 정 회장 부자의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되는 셈이다.
정 회장이 주식 600억 원어치를 출연했다지만 재단이 활용할 수 있는 일차적 재원은 주식 배당금이다. 글로비스는 지난 2년간 매년 주당 150원(액면가 500원의 30%)을 현금 배당해왔다. 올해도 이 수준의 배당이 이뤄진다면 재단이 활용할 수 있는 돈은 ‘고작’ 연 1억 3846만여 원에 불과하다. 연리 6%대의 은행이자(36억여 원)와 비교해 보면 한참 적은 액수다.
경제개혁연대 최한수 팀장은 그러나 “주식 증여를 통한 기금 출연은 보편적인 것이며 그런 식의 비판은 너무 가혹하다”면서 “다만 앞으로 그 기금이 독립적으로 운용되는가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즉 기금 증식과 리스크 관리를 위해 주가가 오를 때 주식을 파는 등 재단의 자율적 판단으로 운용이 가능하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설립허가를 받아 16일 등기한 해비치재단은 공연시설 건립 및 운영 등 문화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사진으로는 기금 사용의 전권을 위임받은 해비치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이희범 무역협회 회장이 대표권을 가졌고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등 6인이 이사로 등재됐다. 정몽구 회장 부자의 ‘특수관계인’인 해비치재단의 독립적인 사회공헌 활동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