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에 대한 정 회장의 기대는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다. 제작과정부터 최근 아우디와의 정면충돌 장면으로 화제를 모은 광고까지 직접 관여했다고 한다. 그런 기대를 반영하듯 행사장에는 정 회장의 부인 이정화 씨를 비롯해 아들인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 맏딸 정성이 이노션 고문 등 가족들도 총출동했다.
이날 정 회장은 유달리 몸을 낮춘 듯한 모습을 보여 관심을 끌었다. 우선 신차발표회가 열렸던 호텔로비에 일찌감치 나와 손님들을 일일이 맞았다. 행사 중에는 정관계 인사들이 축사를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내릴 때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자리를 안내하는 모습도 보였다.
더욱 파격적인 것은 행사가 끝나고 나서부터였다. 정 회장은 공식순서가 끝난 후 참석자들과 함께 무대 위에 올라 ‘제네시스’를 살펴봤다. 이 때 직접 차에 올라 핸들을 잡기도 하고 초대 손님들에게 직접 신차에 대한 설명을 하기도 했다. 또한 기자들이 사진을 요청하자 주위에 있던 인사들의 옷을 잡고 거의 우격다짐(?)으로 끌어당겨서 포즈를 취해줬다. 현장에서 어떤 인사가 이 장면을 보고 “역시 힘은 세구만”이라고 하자 한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정 회장은 행사가 끝난 후 퇴장하면서 기자들에게 “제네시스가 세계적인 명차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단 출발은 좋아 보인다. 예약 판매대수가 5000대를 넘어선 것. 지난해 수입차 전체 판매량이 5만 대 가량임을 감안하면 정 회장이 자신감을 가질 만한 수치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일단 신차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일각에서는 고급브랜드의 이미지가 약한 현실에서 당장에 렉서스나 BMW 등과 경쟁하는 것은 무리라는 말도 나온다. 정 회장의 낮아진 자세와 반대로 제네시스의 콧대는 더 올라갈 수 있을까.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