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20일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인수위 측은 첫 조각 인선을 하면서 5000명 넘게 살펴봤으며 두달 동안 검찰·경찰·국세청 등 사정기관 소속 파견공무원 15명과 함께 ‘검증팀’을 운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장관 내정자들은 촘촘한 검증 그물을 통과했다는 이야기이지만 현재로서는 새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큰 구멍이 있다는 비판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 하루 전 장관 지명을 사퇴한 사람은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 이 장관 내정자는 24일 저녁 “힘차게 출발해야 할 이명박 정부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물러나고자 한다”며 첫번째 낙마자가 됐다.
이 내정자는 본인과 아들 명의로 된 전국 5개 지역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단독 주택 등 40건의 부동산과 함께 45억 8197만 원의 재산내역을 공개해 ‘부자내각’ 논란의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이 내정자는 서울 서초동의 14억 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서초동과 경기도 고양에 오피스텔 3채, 서초구 양재동에 땅과 주택, 부산 괴정동의 주차장과 제주 서귀포시의 임야를 자신의 명의로 갖고 있는 것으로 신고했다. 여기에다 장남 명의로 제주도의 임야와 김천의 논, 밭, 대지, 공장, 창고, 주택, 일산의 오피스텔 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퇴한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 | ||
그러나 문제는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내정자가 이 내정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합민주당 등에서는 상당수 내정자들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특히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와 박은경 환경장관 내정자 등에 대해서는 퇴진압력이 거세다.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의 경우 대북관에서도 야당의 공세가 만만치 않은데다 자녀들의 국적 문제와 함께 최근 지목변경을 통한 시세차익 문제가 의혹의 초점이다.
남 내정자 부부가 소유한 부동산(34억 7847만여 원)중 경기 오산시 외삼미동 대지 두 곳과 인천 강화군 선두리 산515 임야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7월 외삼미동 전답 1812㎡와 1302㎡를 대지와 도로로 지목변경했는데 지목변경으로 두 군데 땅값이 14억여 원에서 21억여 원으로 껑충 뛰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남 내정자는 “외삼미동 땅은 용도변경하지 않으면 강제수용당한다고 그 일대가 다 그렇게 하기에 자연스럽게 지목변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남 내정자는 이밖에도 딸(27)과 아들(24)이 현재 각각 미국 시민권과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됐다.
한편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의 경우 절대농지 소유에 대한 의혹이 쟁점이다. 박 내정자가 소유한 경기도 김포시 양촌면 양곡리의 논 3817㎡가 농사를 짓지 않는 외지인이 구입할 수 없는 절대농지라는 점에서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더욱이 박 내정자가 구입한 뒤 이 땅과 주변지역은 신도시 개발이 발표되면서 땅값이 급등했다고 한다.
박 내정자는 이에 대해 “김포에 사는 친척이 좋은 땅이 나왔다며 살 것을 권유해 모아둔 남편의 월급으로 구입했으며 당시에는 규정이 완화돼 외지인도 절대농지를 살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들만이 아니다. 새 정부 첫 총리 후보로서 무난히 국회 인준을 받을 것으로 보이던 한승수 총리 후보도 의혹이 증폭되고 있어 국회 표결 하루 전까지도 논란은 계속됐다. 한 총리 후보의 경우 우선 경력 과장 의혹 및 부동산 불법 증여 의혹, 국보위 활동 경력에 더해 아들의 군복무 중 골프 여행 등이 불거진 상황이다. 당초 인수위 측이 한승수 내정자에 대해 “별 문제가 없다”며 국회 인준에 낙관적인 입장이었다는 것도 뒤늦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장관 내정자 중 재산 보유액 1위를 기록한 유인촌 내정자의 경우 서울 압구정동과 종로에 아파트 두 채와 용인 기흥, 서울 청담동 등 요지에만 주택 여러 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재산 형성과정에 대해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유 내정자는 거주하는 곳 외에 자신의 극단인 ‘유씨어터’와 이 극단의 의상과 소품 보관실로 이용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 내정자는 93년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던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강만수 재정경제부, 정종환 건설교통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내정자 등이 무연고지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내정자의 경우는 논문 표절과 공금유용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2001년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시절 공금을 유용하고 같은 논문을 여러 곳에 중복 게재한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정서가 민감하게 작용하는 병역문제 역시 상당수 내정자가 깨끗하지 못하다. 여성을 제외한 13명의 장관 내정자 중 정종환 국토해양부, 원세훈 행정안전부, 강만수 기획재정부, 남주홍 통일부, 김경한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질병이나 독자라는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뿐만 아니라 장관 내정자들의 자녀 상당수가 외국 국적을 갖고 있거나 현재 유학 취업 등으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 지명자는 아니지만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인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도 논문 표절의혹으로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야당 측은 참여정부의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경우를 들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통합민주당 측은 이 같은 의혹을 받고 있는 장관 내정자들에 대해 “국민을 우롱하는 잘못된 해명으로 일관하지 말고 의혹을 해명할 수 없는 장관 내정자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한 검증을 강조하고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