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61일을 넘어선 ‘박영수 특별검사팀’. 휴일 없이 달려온 특검팀에 ‘한계’가 우려된다. ⓒ최준필 기자
20일간의 준비 기간을 마친 뒤 12월 12일 박영수 특검팀이 본격 출범했다. 특검의 공식 명칭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인력은 최대 105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 ‘슈퍼 특검팀’으로 불렸다. 헌정 사상 최대 규모로 꾸려진 특검팀은 지난해 12월 21일 현판식을 갖고 70일간의 장기 수사를 다짐했다.
2016년의 마지막 날이었던 12월 31일. 모든 회사나 기관들은 종무식을 갖고 한 해를 마무리했지만 특검팀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특검 1호 구속’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줬다. 문 전 장관의 구속으로 탄력을 받은 특검팀은 수사에 더욱 속도를 냈다.
특검팀은 거침없이 달려온 팀원들을 위해 1월 1일을 ‘내부 휴무일’로 정했지만, 정작 팀원들은 “쉬고 안 쉬고는 우리가 알아서 한다”고 답했다. 설날인 28일도 ‘공식 휴일’로 정했지만 사실상 대부분이 출근하며 휴일 없는 강행군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특검팀의 열의는 대단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장시간에 걸쳐 쉬지 않고 달려오니 특검팀의 ‘피로도’가 극에 달할 법도 하다. 피로도 때문일까. 대변인인 이규철 특별검사보의 얼굴이 특검팀의 지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듯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특검보의 얼굴 비교 사진이 화제다. 지난달 30일 이 특검보의 얼굴은 지난해 12월 30일보다 조금 더 수척해지고 살이 빠진 모습이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피곤해 보인다” “고생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규철 특검보의 수척해진 모습이 화제다. (좌)지난해 12월 30일 (우)1월 30일 ⓒYTN뉴스 캡쳐
지난 3일 이 특검보는 브리핑을 하던 도중 기침을 여러 번 하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을 통해 이를 지켜본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그렇게 ‘열일’하더니 결국 감기에 걸린 모양이다”라며 이 특검보의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강남 대치동 특검사무실 인근 식당들을 수소문해본 결과, 식당에선 특검팀 관계자들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70일’이라는 시한부 기한에 압박을 느끼며 식사는 도시락 또는 배달음식 등으로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규철 특검보는 매일 출근길에 도시락 가방을 챙겨오는 모습이 목격되곤 했다.
이렇게 피곤을 호소하는 특검에 또 다른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8주 동안 정신없이 달려온 특검팀이 앞으로 산적한 과제들을 잘 처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다. 아프다며 출석을 거부하고 출석하면 ‘강압수사’를 주장하는 최순실 씨와 “검찰이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청와대와의 힘겨루기에 검찰이 지칠 대로 지쳤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 가운데 9일로 잠정 합의됐던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가 연기됐다. 이를 두고 수사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특검보는 공식 브리핑에서 “대면조사가 미뤄지는 것이 수사 기간 연장을 신청하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최순실 특검법 제9조는 기간 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대통령에게 그 사유를 보고하고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1회 한정해 수사기한을 30일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수사기한 30일 연장을 승인해줄 지 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요신문
사실상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완전히 피하기 어려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를 수용해줄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특검법 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황 권한대행의 승인 없이도 4월 중순까지 수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부에선 수사 기간 연장에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된 일정과 과도한 업무량에 특검팀의 피로도가 한계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수사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가며 휴일 없이 ‘월화수목금금금’ 강행군을 펼친 특검팀이 과연 합리적인 수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다.
누군가는 ‘강압 수사’를, 누군가는 ‘언론 플레이’를 주장하며 특검팀은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이처럼 61일 동안 특검팀 수사 과정에는 돌발 변수도 많았다. 앞으로의 성패도 가늠할 수 없다.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가 펼쳐지는 가운데 극에 달한 특검팀의 피로도 역시 적잖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