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의 편지를 받은 수신인은 수상 관저의 토니 블레어 수상. 편지 내용은 1974년에 신설된 잉글랜드 북서부의 컴브레인 주와 관련한 것이었다. 이 지역 농부들은 현재 영국 정부의 농업정책에 불만을 강력하게 표시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것이다. 찰스는 비교적 농부들의 입장에서 문제해결을 희망하는 의견을 표시했다. 이 편지를 두고 당장 정치권에서 월권 시비가 붙어 찰스는 곤란한 입장이 되어 있다.
야당에서는 왕세자가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발끈하고 있는 상태. 실제로 찰스는 거의 정기적으로 이 같은 편지를 수상에게 보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정치인들은 그를 고발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편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블레어 총리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 영국 찰스 왕세자(오른쪽)가 정치현안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편지에 담아 비밀리에 총리관저로 보내던 관행 이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 ||
재미있는 것은 왕궁에서 수상 책상 앞으로 곧바로 전해지는 편지의 발신인 이름이 ‘찰스 왕세자’가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black spider’라는 이름이었다. 찰스는 이를 꼭 필기체로 써서 보냈다. 이 같은 비밀 서명은 지난 20년 동안 수상 관저에서 찰스를 상징하는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찰스는 이 이름으로 종종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혀왔다는 것. 그의 의견은 보통 열정적이고 비판적이며 언제나 의문을 제시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찰스가 이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입장을 전하는 것은 그가 결코 컴퓨터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씩은 전화를 쓰기도 하지만 화급한 상황이 아니고는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찰스가 일을 하는 방식이며 어떤 사람도 그의 방법에 대해서 불만을 토하지 않는다고 한다. ‘검은 거미’의 정체(?)를 안 사람들의 지금 관심은 도대체 왕세자와 수상 사이의 직통라인으로 오가는 그 편지를 누가 외부로 유출했는가에 모아져 있다. 찰스가 있는 세인트 제임스 궁 관계자 역시 누가 이런 민감한 문제가 쓰여 있는 편지에 손을 댄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같은 편지 유출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편지가 중간에 사라진 뒤 두 달이 지난 뒤 신문 1면을 장식한 적이 이전에 한번 있었기 때문이다. 찰스의 친구인 한 소식통은 “찰스는 편지 쓰는 것을 역대 정권마다 해 왔다. 물론 그에 대한 반응은 정권마다 조금씩 달랐다. 이번 노동당 정권은 예전에 집권했던 보수당보다 더 짜증스럽게 답을 해주고 있다.” 또다른 지인은 편지의 내용을 두고 정치권이 시끄러워지자 “그는 언제나 정권에 개입하거나 특정세력의 손을 들어주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있다”라며 불똥을 식히려 애쓰고 있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