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은 지난 2월 10일 변성렬 부원장 명의로 편지 한 통을 전직원에게 발송했다. 편지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고 국토부에 감사를 요청했다”로 시작돼 개별적 언론 접촉을 피하라는 지침으로 작성됐다.
서종대 한국감정원장. 사진=연합
한국감정원 직원 일부는 이 부분을 매우 불쾌해했다. 익명을 원한 한 직원은 “대중은 ‘한국감정원은 성희롱 집합소’라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서종대 원장은 성희롱 범죄자’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괜찮다. 서종대 원장의 개인 명예와 신뢰만 실추됐을 뿐이다. 그런데 편지는 마치 직원 전체가 이 일 때문에 괴로워한다는 식으로 작성됐다. 저게 바로 간부의 사고 수준”이라며 “나쁜 짓은 자신이 해놓고 왜 우리의 명예와 신뢰가 실추된다고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서종대 원장이 혼자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일이다. 잠잠해지길 기다리며 퇴임식 날 꽃 받을 생각 말고 하루 빨리 책임지고 사퇴하는 게 옳다”고 꼬집었다.
서종대 원장은 여직원에게 “양놈은 너 같은 타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넌 피부가 뽀얗고 몸매가 날씬해서 중국 부자가 좋아할 스타일”이라고 말하거나 “아프리카에서 예쁜 여자는 지주의 성노예가 되고, 못생긴 여자는 병사들의 성노예가 된다”며 “아프리카에는 아직도 할례(여성 생식기 일부를 절제하는 행위)가 남아 있는데 한국 여자들은 이렇게 일해서 돈도 벌 수 있으니 행복한 줄 알아야 한다”는 막말로 구설수에 올랐다. 또한 서 원장은 공무원과 케냐 출장 도중에 “가족이 없는 사람들은 오입이나 하러 가자”라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감정원은 직원의 언론 접촉도 막아섰다. 편지에는 “전현직 직원뿐만 아니라 외부인 접촉 시 언행에 신중하며 언론사나 외부기관에서 문의가 있을 경우 개별적으로 응대하기 보다는 홍보실이나 감사실을 거쳐 대응하라”고 적혔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한국감정원이 2월 10일 전직원 대상으로 보낸 편지 전문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 사랑하는 한국감정원 직원 여러분! 최근 언론에 보도된 기사와 관련하여 여러분도 많이 당황하고 놀라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번 언론보도에 대해 우리 원은 즉시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히는 해명자료를 배포하고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신청, 국토부 감사를 요청하였습니다. 하지만 실체적 진실과 다르게 관련 기사가 확대 재생산되어 원장님과 우리 원의 명예와 신뢰가 한없이 실추되고 있어, 이러한 상황에서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여러분들도 지난 3년간의 경험으로 원장님께서 누구보다 정직하고 청렴하게 생활해 오셨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번 사안의 경우에도 관련 직원들이 일관되게 사실무근임을 밝히고 있으므로 금명간 진실이 밝혀질 질 것입니다. 직원들께서는 원장님과 회사를 믿고 언론기사에 휩쓸리거나 일희일비 하지 말고 직무에 전념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또한 이번 사안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 성급하게 책임문제를 언급하거나 불필요한 이야기로 내분을 일으키는 일은 자제하고, 우리 원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주신 원장님의 명예와 신뢰 회복을 위해 우리 모두가 위로와 격려 속에서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면서 내부적으로는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최근 혼란과 위기의 정국 상황과 원장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현직 직원들뿐만 아니라 외부인 접촉시 언행에 매우 신중해야 하며, 언론사나 외부기관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문의가 있을 경우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홍보실이나 감사실을 통해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이번 언론보도로 실추된 원장님과 우리 원의 명예가 조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서로에 대ㅐ한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2월 10일 부원장 변성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