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실시된 국회의 장관 후보자 청문회 과정은 한 편의 코미디와 같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변명에 급급한 답변은 일단 차치하더라도 황당한 논리로 의혹을 호도하는가 하면 서민들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축재술’이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29일 “이명박 정부 각료도 삼성 떡값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나서 자칫 각료 인선 문제가 새 국면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새 정부 인사 파문은 지난 1월 28일 한승수 총리를 지명했을 때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승수 총리가 새 정부 첫 총리로 지명되자마자 야당 측에서는 경력 투기 증여 탈세 등의 문제를 제기했고 이런 문제로 인준이 2월 29일로 미뤄지기도 했다. 물론 한 총리의 인준이 미뤄진 것은 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교체를 위한 인질의 성격도 있었지만 “평생 부동산 투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반박했던 한 총리의 주장과는 다른 사실들이 여러가지 발견된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인사를 둘러싼 소동은 지난 2월 18일 조각 명단이 발표되면서 최고조에 올랐다. 장관 후보자들의 평균 재산이 39억여 원에 이르고 주택을 40채나 보유한 장관 후보자가 등장하자 시중의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결국 이런 여론에 밀려 청문회가 시작되자마자 3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장관 후보자 3명의 교체도 여당인 한나라당의 강력한 요구로 이뤄질 수 있었다. 당초 이 대통령 측은 지난 22일 박재완 정무수석을 통해 당으로부터 “문제가 있다”는 메시지를 이미 받았고, 지난 24일 이춘호 후보자가 사퇴했을 때도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의견을 당 지도부에서 전달 받았다고 한다. 이 대통령 측은 처음엔 “당이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라는 반응이었지만, 점점 비판여론이 커지자 어쩔 수 없이 27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등과 조찬 회동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당의 분위기를 전해듣고 당사자들에게 자진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 측이 이날 두 장관 후보자에게 처음 자진사퇴 권유를 했을 때만 해도 당사자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번 인사 검증의 부실에 대해 청와대 측은 “생각했던 것보다 인재 풀이 제한적이고 검증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실토했지만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데 있다는 것이 정가의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실 검증 비판에 대해 “참여정부에서 주로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갖고 있던 2만 5000여명 분량의 인사 파일이 정부기록보관소로 이관됐다”면서 “이를 보기 위해서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당시는 야당이었기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공백기’에 따른 인재풀의 빈약성을 변명거리로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인재가 지난 10년 사이 좌파 정권에 가담해버려 대통령직인수위와 청와대, 내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자리를 ‘새로운’ 인재로 채우는 것은 애초부터 한계를 지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명은 당초 “유능하고 훌륭한 인재라면 과거 무슨 일을 했는지 가리지 않겠다”던 청와대의 인사 원칙과도 한참 거리가 있다는 것이 야당 측의 반론이다. 더구나 ‘보안’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는 등 인사 검증 부실의 책임을 따지는 소리는 하나둘이 아니다.
이번 인사 검증 부실의 문제를 보다 어렵게 만든 것은 의혹 당사자들이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문제점을 되돌아보기는커녕 황당하고 서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그들만의 논리’로 이를 정당화 하려한 행동이었는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의 이재오 의원같은 이도 “돈이 많다든지, 땅이 많다든지를 가지고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공직자의 사고 자체가 자연히 재산이나 (자기가) 처한 사회적 위치에서 국민과 사회를 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재산이 많은 사람은 공직 제의가 들어오면 스스로 사양해야 한다”는 취지의 날선 비판을 서슴치 않았다.
지난 2월 27과 28일 국회에서 진행된 12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후보자들의 답변 가운데는 일부 관계자들마저 “우리가 보기에도 간혹 민망할 정도”라고 할 정도다. 후보자들은 “일생을 바르게 살아왔다”거나 “일방적으로 와전된 언론보도” 또는 “왜곡된 사실로 투기꾼으로 매도했다” 면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심지어는 낙마한 후보자들조차고 ‘온당치 못한 매도’ 등으로 표현하며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2월 27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서 열린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여의도 아파트를 구입한 지 한 달 만에 송파구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데 대해 “여의도가 사람이 살기 그리 좋은 지역은 아니다. 자연친화적이지 않다. 살 만한 곳이 아니라서 송파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또 곽성문 자유선진당 의원이 “골프 회원권을 두 개나 갖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싸구려”라고 답했다가 추궁을 당했다. 곽 의원이 “2억 원이 넘는데 싸구려냐”고 묻자 그는 “4000만 원 정도 주고 산 것이라 싸구려라고 답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장관 후보자 중 재산 신고액이 가장 많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도 “배우 생활 35년에 140억 원 재산은 벌 수 있다. 배용준을 한 번 봐라”고 한 발언과 관련 “유 후보자에게 배용준은 보이고 병상에 있는 코미디언 배삼룡, 사글세 20만 원도 제대로 못내는 가수 한명숙은 보이지 않았다”는 야당 측의 질책을 받았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에도 ‘서울 송파와 관악구에 한 채씩 집을 소유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여름에는 이천에서, 겨울에는 송파구 아파트에 지낸다”고 말해 서민들을 놀라게 했다.
이영희 노동부장관 후보자는 “96년부터 2년 동안 노동부 고용정책심의위원을 맡으면서 6차례 열린 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고용 문제에 대해선 제가 발언할 정도의 실력이 없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