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과 DJ를 정점으로 한 무소속 연대가 정면충돌할 경우 민주당은 총선 전략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서 손 대표와 DJ가 마지막 카드로 ‘전략적 제휴’를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두 사람이 처한 정치 상황과 무관치 않다.
민주당은 박 전 실장과 김 의원 그리고 낙천한 몇몇 호남 의원들에게 무소속 출마의 길을 열어주는 동시에 해당 지역에 상대적으로 약한 후보를 공천해 DJ 측근들의 당선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DJ는 자신의 측근들이 당선되면 다시 민주당에 복당해 손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게 제휴설의 골자다.
당 일각에선 박 전 실장이 공천을 신청했던 목포 지역의 ‘현역’인 이상열 의원이 결국 공천에서 탈락한 배경에도 제휴설이 자리 잡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의원 측은 “가장 경쟁력 있는 이 의원을 (공천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특정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한 희생양 만들기”라고 주장하면서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특정 후보는 비리 전력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박 전 실장을 지칭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박 전 실장이 공천에서 배제된 직후인 지난 9일 <중앙선데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의원은 24.1%로 박 전 실장(19.2%)을 제치고 지지율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 신안 지역에서도 김홍업 의원(19.0%)이 이윤석 전남도의회 의장(19.2%)에게 근소한 차이로 2위로 밀린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가장 경쟁력 있는 현역 의원인 이 의원이 탈락한 이상 박 전 실장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경우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 의원 또한 여타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가 높고 DJ에 대한 ‘동정론’을 등에 업는다면 당선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총선 후 민주당 당권과 대권을 꿈꾸고 있는 손 대표도 DJ와 호남 기득권 세력인 동교동계의 지원이 절실한 입장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두 사람의 전략적 제휴설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건 아직 없지만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 DJ의 말처럼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린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공조를 취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민주당 공천을 둘러싼 각종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불거진 ‘손학규-DJ 전략적 제휴설’의 실체가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민주당 공천 파동에 또 다른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