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로우르데스 차펠 성당의 ‘재클린 벽화’ 왼쪽은 고치기 전 모습. 오른쪽은 고친 후 이름 모를 여인으로 변한 모습. | ||
이 같은 사단이 벌어진 곳은 이탈리아 지아베노에 있는 로우르데스 차펠 성당. 이 성당은 58명의 천사를 그린 아름다운 벽화로 유명한 곳이다. 이들 천사들은 실제 인물들을 모델로 해 그렸기 때문에 더욱 화제를 낳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실제 ‘천사들’ 58명 가운데 재클린 캐네디 오나시스도 포함되어 있다.
그녀의 모습이 천사가 되어 성당 벽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39년 전인 1964년부터다. 지역의 한 화가의 손에 의해 그녀의 모습은, 말 그대로 재클린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과 같이 그려졌다. 성당측이 당시 생존해 있던 재클린을 대상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올린 것은 그녀가 어려서부터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데다가, 남편의 암살이라는 최악의 비극적 상황을 견뎌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완성된 재클린의 벽화는 그러나 처음에는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성당을 정기적으로 찾는 신도들이나 가끔 그 앞에 서서 그녀의 슬픔을 달래주는 기도를 올렸을 뿐이었다. 재클린의 벽화가 골칫거리가 되기 시작한 것은 1994년, 그녀가 지병인 암으로 인해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하면서 부터였다.
지난 30년 동안 있는 줄도 몰랐던 재클린의 벽화에 대해 사람들은 갑자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림 속의 재클린의 모습이 성모 마리아의 이미지와 너무 닮았다는 소문도 그 같은 관심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천사 재클린’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성당은 곧바로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이후 매년 수천 명의 관광객들이 그녀의 모습을 보기 위해 성당을 찾았다.
▲ 재클린의 실제 모습 | ||
사진을 찍기 위해 플래시를 터뜨리는 등 수도승들이 기도에 열중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방해행위마저도 주저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게 심각해지자 성당 순례객 등 진짜 가톨릭 신도들의 발걸음은 뜸해졌다. 어수선한 그곳에 가 보았자 기도가 불가능하다는 판단들 때문이었다.
관광객의 숫자가 신도들을 훨씬 넘어서자 성당측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국 최근에 들어서 중대결심을 내리고 말았다. 천사 재클린을 하늘로 승천시켜 버리는 방법이었다. 성당측은 “수없이 고민을 하다가 결국 어려운 결정을 내려 그림을 지우고 다른 것으로 그렸다”면서 “그 어떤 이유로도 수도승들의 마음이 흐트러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재클린의 벽화는 모나리자 얼굴을 닮은 이름을 알 수 없는 다른 여인의 그림으로 바뀌었다. 색깔도 하얗고 푸른, 밝은 톤에서 노랗고 붉은, 다소 어두운 톤으로 바뀌었다. 눈을 크게 뜨고 도도한 모습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던 모습에서 손을 턱에 괴고 눈을 감은 채 고개 숙여 뭔가를 생각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림이 교체되자 가장 황당해 하는 측은 재클린의 가족들이다. 그녀의 사촌인 존 H. 데이비스는 “재클린의 벽화는 미국 관광객뿐 아니라 많은 이탈리아 신도들로부터도 사랑을 받아 왔다”면서 “성당이 무척이나 끔찍한 짓을 한 것”이라고 분개해 했다. 문암 해외정보작가